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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업지 몰린 곳 수혜


6월의 마지막 날,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주변. 뿌연 먼지 속에 멀리 서울 서남권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마곡지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곡지구를 주축으로 한 서울 서남권 개발프로젝트가 발표된 지 5일째. 발산역 주변엔 우장산힐스테이트 등 아파트단지와 함께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의외로 잠잠한 모습이었다.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는 반길 일이지만 요즘 부동산 거래가 완전히 끊겼어요. 땅이든 주택이든 값이 너무 올라 실수요자들이 모두 놀라고 돌아가지요. 2년 전부터 이미 마곡지구 개발계획이 나왔던 터라 투자할 만한 사람은 다 했기 때문입니다.”

발산역 주변 양천부동산컨설팅 배상순 대표 얘기다.

잿빛 공장이 온통 밀집해 있던 낙후 준공업지대, 60년대 이후 수출을 주도하며 한국 경제 중심지로 불렸던 서남권 지역이 달라진다. 서울시가 최근 2015년까지 15조2000억원을 투자해 ‘서남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남권은 그동안 철로 때문에 동서가 단절되고 준공업지역이 많았다. 이번 개발 프로젝트에 들어온 구로, 영등포, 강서, 금천, 양천, 관악, 동작구 등 7개구에만 서울시 전체 준공업지역의 무려 82%가 몰려 있을 정도다.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에 나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권은 크게 4곳으로 나뉜다. 신경제거점축(영등포~신도림~가산~시흥), 한강르네상스거점축(여의도~양화~가양~마곡~김포공항), 경인경제거점축(여의도~영등포~목동), 연구개발산학연협동축(서울대~숭실대~중앙대)으로 요약된다.

신경제거점축은 지식, 창조, 문화산업 허브로 조성하고 한강르네상스거점축은 국제 금융과 생명의료(바이오메디) 산업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경인경제거점축은 송도, 영종, 청라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한 업무복합공간으로 개발한다는 복안. 마지막으로 연구개발산학연협동축은 ‘연구개발(R&D) 밸리’로 조성해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산업 중심지로 발전시킨다. 이 중 여의도는 국제금융지구, 영등포는 첨단정보와 유통복합공간, 그리고 신도림은 복합업무생활공간으로 집중 육성한다.

특히 이번 개발프로젝트의 핵심은 마곡지구. 2013년까지 5조1600억원을 투입해 장기전세임대형 산업시설인 ‘산업시프트(Shift)’를 건립해 192개 업체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문화와 녹지공간도 확충한다. 유휴공장 시설과 대규모 공장 이적지를 활용해 ‘아트팩토리(Art Factory·예술창작공간)’로 꾸미는 한편 게임산업 메카 역할을 수행할 ‘서울 디지털콘텐츠 콤플렉스’도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안양천, 도림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고 W자형 거점 휴식공간도 조성한다. 때마침 공사 중이었던 지하철 5호선 마곡역이 최근 개통하기도 했다.

이런 개발호재 덕분에 인근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 구 중 가장 늦게 아파트 매매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긴 금천구가 대표적. 이 일대 집값은 중소형을 중심으로 최근 한 달 새 1000만원 이상 뛰었다.

인근 구로구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구로구 구로동 한신아파트 82㎡는 계획 발표 후 매매가가 1000만~2000만원 올라 2억6000만~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구로동 K공인 관계자는 “구로구 일대 준공업지역 개발 호재와 맞물려 집값이 점차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물론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된 지역이 너무 광범위한 데다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 적잖기 때문. 구로구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된 신도림권을 대규모 복합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자가 다녀온 마곡지구 주변 역시 개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배상순 대표는 “마곡지구 주변 투자 붐이 불어 한때 부동산으로 많은 자금이 몰렸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몇억원으로도 괜찮은 물건을 사기 어렵다”고 말한다.

부동산 흐름의 지표인 상가 임대수익률 역시 많이 떨어진 상황. 등촌동 S공인 관계자는 “마곡지구 주변 상가 임대수익률이 3.6%에 그칠 정도”라며 “그나마 강북권 집값 상승 붐을 타고 소형 아파트값만 올랐을 뿐 지금 투자하는 건 끝물 잡는 격”이라고 설명한다.

서남권 프로젝트 최고 수혜지는?
준공업지 많은 ‘신경제거점축’ 인기 끌 듯





신도림역 일대 공장밀집지 모습.


이번 개발 프로젝트는 주민들 입장에선 당연히 반길 일이다. 낙후된 서남권 지역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까.

첫째 MB 시대 들어서도 여전히 침체돼 있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영향으로 유동자금이 마땅히 오갈 데를 못 찾고 있다. 한동안 서남권으로 자금을 몰려들게 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껑？입장에선 지역균형발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동안 한강 이남의 서울 도심개발이 동·서로 철저히 구분된 상황에서 이번 계획이 한강 이남 개발의 조화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건설을 촉진해 사실상 서남권에 새로운 뉴타운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 역시 “제조업 중심의 서남권이 점차 첨단산업 중심으로 변모할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서민층 위주 밀집지에서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본다.

무려 7개구에 걸쳐 있는 서남권 프로젝트 개발지 중 최고 수혜를 입을 곳은 어디일까. 당연히 준공업지가 많이 포함된 구의 투자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준공업지역이 전체 구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영등포(38.2%), 구로(33.9%), 금천(32.9%) 순이다. 결국 최대 수혜지는 준공업지역이 많이 포함돼 있는 ‘신경제거점축(영등포~신도림~가산~시흥)’이란 얘기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서울시 내 준공업지역 총 2773만㎡ 중 영등포와 구로, 금천구 등 서남권 3개구에 2060만㎡가 집중된 걸 감안할 때 구로, 가리봉, 양평, 가산, 시흥동 일대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와 함께 한강르네상스거점축, 그중에선 마곡지구가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서남권 핵심지역인 마곡지구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신도시 콘셉트로 개발되는 서울의 마지막 대단위 개발지구로 불린다. 국제업무지구 성격을 갖추는 데다 지하철 9호선과 인천공항철도가 환승되는 글로벌 개발 축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김강영 HB에셋매니지먼트 사장은 “마곡지구는 한강르네상스의 한 축이면서 연구개발(R&D) 단지가 입주해 주변 부동산 투자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10년 이상 미래가치를 보면 지금이라도 토지를 매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서남권 투자 유의점은?
추가 뉴타운 지정설(設)로 거품 낀 곳 피해야





여의도 고층빌딩들

공교롭게도 이번 서남권 프로젝트 발표 시기는 그리 좋지 않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시기와 맞물린 탓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데다 무역수지 적자, 환율 불안 등 대내외 경제까지 악화돼 섣불리 투자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뉴타운이나 서울도심 개발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경제거점축의 경우 준공업지역 개발이 중심이지만 이를 틈타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다면 제 역할을 못하고 뉴타운만 하나 더 짓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게 마련.

한강르네상스거점축의 경우에도 공항과 연계한 국제금융, 바이오메디 허브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지만 이는 실상 인접한 송도 경제자유구역 개발목적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개발산학연협동축 역시 대학과 산업체의 협동체계가 주변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준 예가 극히 드물다. 구로구의 경우 프로젝트가 발표되기 전 이미 ‘4차 뉴타운 지정설’을 타고 시세가 많이 뛰기도 했다.

특히 7월부터 신축 건물에 대한 지분 쪼개기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60㎡ 이하 소형 다가구주택에 대해선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기로 한 것. 결국 가격이 저평가됐다 해도 연립, 다가구주택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종완 사장은 “지난 봄에 나타났던 추가뉴타운 지정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지역들이 수두룩하다”며 “가격이 올라도 거래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추격매수보다는 급매물 위주로 노려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잠깐용어

·준공업지역：일자리 유지를 위해 경공업 시설 등을 수용하고 주거, 업무, 상업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지역. 서울에선 영등포, 구로, 금천구를 비롯해 성동, 도봉, 강서, 광진, 양천구에 모두 2773만㎡가 있다. 규모만 서울 전체 면적의 4.6%(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달한다.

TIP서울 서남권 최고 투자 상품

◆ 영등포·신도림 다가구주택 유망

= 부동산시장 혼란기에서 유망 투자처를 찾는 수요자라면 이번 프로젝트를 간과할 리 없다. 앞으로 서남권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투자에 앞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바로 ‘준공업지역 아파트 규제 완화’다. 서울시는 모든 준공업지역에서 아파트 건축을 조건부로 풀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 공장 위주’였던 준공업지역에서 ‘산업과 주거가 어우러진 복합개발’이 가능해져 주변 땅값과 집값이 오르는 효과를 불러온다.

특히 강서구 준공업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 지 하철 9호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겹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서남권 대규모 준공업지 주변 아파트가 유망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여름 비수기인 7~8월 강서구 준공업지 주변 아파트단지에 투자하는 게 좋다”며 “전세 비율부터 꼼꼼히 따져보고 최소한 매매가 대비 전세금이 50% 이상인 단지를 사는 게 안전하다”고 당부한다.

이와 함께 주거여건이 개선되는 지역, 특히 준공업지역에서 개발되는 연립, 다가구주택과 용적률이 낮은 빌라나 단독주택 투자도 괜찮다. 이 밖에 아파트형공장을 건립할 때 독점 상권이 보장되는 아파트형공장 상가, 역세권 주변 자투리 토지도 노려볼 만하다.

한편 서울시의 핵심 주력사업이 한강르네상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의도-양화-가양-마곡 등을 지나는 한강변 아파트나 뉴타운 내 주택 등도 내재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유망하다. 상업지 가치가 높은 여의도권을 비롯해 준공업지역에서 사실상 주거지역으로 변신할 영등포, 신도림 일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게 좋다. 다만 역세권에서 멀리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보통 주거와 산업단지가 함께 있는 ‘주산 복합형’ 주거지에선 주거 쾌적성보다 편리성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김강영 사장은 “그나마 가격이 덜 오른 금천구 시흥동의 노후상가나 지분을 매입하면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과 교통여건 개선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투자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재개발 지분 가격이 급등한 지금보다는 내수경기 부진으로 급매물이 출현할 수 있는 연말이나 내년 초를 노려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한강변이나 뉴타운 개발 가능성이 높고 3.3㎡당 매매가가 인근 신규 아파트에 못 미치는 곳의 낡은 소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좋다”며 “투자 적정 시기는 올 가을~연말, 투자금액은 1억~2억원 정도가 괜찮다”고 설명한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