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학교를 바꾼 리더십
서울 상계고 김재환 교장 [중앙일보]

`이름 걸고 가르쳐라` 교사 경쟁시켜
서울 상계고 김재환 교장(中)이 교내 자율학습실인 ‘반딧불이 공부방’에서 3학년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교장은 교육청과 구청에서 2억원을 유치해 고급 시설을 갖춘 214석의 이 공부방을 만들었다.김경빈 기자

16일 저녁 서울 노원구 상계고 본관 1층 자율학습실. 3학년 학생 200여 명이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서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반딧불이 공부방'이란 이름의 이 공간은 상계고의 자랑거리다. 김재환(57) 교장이 지난해 교육청과 구청을 설득해 유치한 2억원을 들여 마련했다. 교실 네 개를 합한 크기로 벽에는 방음재와 흡음재가 둘러졌고, 천장에는 냉.난방 장치가 있다. 유현근군은 "아마 자율학습실로는 국내 최고 수준일 것"이라며 "시간 낭비 없이 차분하게 공부하는 데 더없이 좋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는 올해 졸업생 500명 중 10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제외한 일반고 중 전국에서 25번째,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수다. 고려대.연세대.포항공대(POSTEC).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다른 대학의 의대.한의대 입학생도 30여 명이나 됐다. 특히 이 학교 학생 대부분은 상계 주공아파트 3단지 등 인근 10평대와 2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만큼 고액 과외나 어학연수 등 사교육을 받을 기회도 적었다.

이런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학교에선 세 가지를 꼽는다. '자율학습실'과 '보충수업', 그리고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 이 두 가지를 주도한 '김 교장의 리더십'이다.

◆반딧불이 공부방=김 교장은 부임 직후 '강북의 명문'이라는 학교의 구호를 '서울의 명문'으로 바꿨다. 학교 벽에 커다랗게 '내 꿈을 이룬 학교'라는 문구도 걸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우선 식당 자리로 비워져 있던 공간을 자율학습실로 만들었다. 총 214석. 3학년 학생 절반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자리는 3학년 학생 중 학원을 가지 않거나 학원 가는 날이 적은 학생에게 우선 배정한다. 성적과는 무관하다. 공식적으로 오후 10시까지 운영하지만 밤 12시까지 남아 공부할 수도 있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감독석을 지킨다. 무단이탈 세 번이면 '퇴출'된다.

◆"학교가 학원에 질 이유가 없다"=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학원에 학생들을 빼앗기지 말자"고 했다. "어려운 시험을 치러 공립학교 교사가 된 우리가 학원 강사에게 실력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고 교사들을 격려했다.

김 교장은 보충수업에 '경쟁'을 도입했다. 학기 초에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받아 인기 없는 교사의 과목은 없애버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수업 내용도 충실해졌다. 방과 후에는 어학능력이 우수한 한국외대 학생들을 초빙해 영어.일본어.중국어 수업을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논술 특강 시간을 만들었다.

김 교장은 "수업시간에 잘 가르치고, 모자란 것은 보충수업으로 보충하고, 방과 후 수업으로 어학 실력을 키우고, 저녁에는 자율학습, 주말에는 논술 공부를 하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이름을 걸고 가르치라"며 가슴에 명찰을 달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먼저 명찰을 달았다.

학부모 이지원(45)씨는 "교장 선생님은 부모들이 뭘 원하는지를 아는 분"이라며 "다른 학교 학부모의 부러움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 김재환 교장은

공주사대에서 화학교육을 전공하고 1976년 서울 태릉중에서 교편을 처음 잡았다. 서울고.오금고.언남고 등을 거쳐 둔촌고 교감과 가락중 교장을 역임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연구관과 서울 동부교육청 중등교육과장으로 일하며 교육행정에 대한 전문성도 갖췄다. 99년 우수 교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상계고에 부임한 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면 학생들이 학원에 갈 일이 없다"며 교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h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