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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 ′보유 부동산 재구성′바람…′쭉정이 자산′부터 정리

5년전 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 든 박모씨(54)는 요즘 자산 정리에 여념이 없다. 토지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지 오래고 오피스텔·상가도 큰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산을 현금화하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그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오피스텔 2채, 인천 검단지구 단지내 상가 그리고 제주도·경기 과천 등지에 땅을 사뒀다. 그는 고민 끝에 강남에 있는 60평형대 아파트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처분하기로 결심했다. 정부가 강남 등지에 대해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있지만 자산가격 하락기엔 강남 아파트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종목을 불문하고 침체에 빠지면서 최근 많은 자산가들이 박씨처럼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매각을 통해 보유 부동산을 슬림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강남·분당 등 알짜 자산에 대한 매각 사례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고액자산가들을 주로 상담하는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와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이달 ‘버블 세븐’ 논란 이후 자산 매도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보다는 지방 토지나 오피스텔 등 소위 ‘쭉정이’ 자산을 처분하려는 사례만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알 박상언 사장은 “정부의 강력한 경고 이후 자산가들 사이에서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매도 문의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비인기 종목을 처분하려한다는 상담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자산가들이 처분을 가장 서두른 종목은 지방 토지와 비강남권 주택(오피스텔 포함)이라는 게 PB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업무용 토지의 경우 올해를 넘기면 양도세가 중과되고 오피스텔에도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삼성증권 PB사업부 김재언 과장은 “그동안 투자가 몰렸던 충청·강원·제주도 등지의 땅을 팔려고 하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나대지 등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가 60%로 강화되는 만큼 지방 땅이 처분 1순위”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실장은 “경기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에 투자했던 한 고객은 공급 과잉으로 임대가 나가지 않자 최근 처분에 나섰다”며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간주, 종부세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해 이를 매각하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상가도 서울 명동·대학가 등 핵심 상권에 속하지 않을 경우 매도 목록에 오르고 있다. 양실장은 “명동지역 상가를 소유한 고객의 경우 시간을 두고 시세보다 몇억원 더 얹어 팔겠다는 생각으로 느긋한 편”이라며 “하지만 공실률이 높은 외곽 근린상가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을 포기하더라고 팔고 싶어한다”고 했다.

반면 강남·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는 자산가들이 뚜렷한 매각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안명숙 팀장은 “정부 등 일각의 강남지역 버블 지적과는 달리 강남 등지에 집을 소유한 자산가들은 매물은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말을 따라 부동산을 매매했다가 이득을 본 적이 없다는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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