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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돈암동에서 태어나 30여년을 살다가 지금은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진아파트는 처음 입주때부텀 재작년까지 살았었구요. 그만큼 그 동네에 대해 잘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느꼈던 현실을 말하고 싶군요.
먼저, 결론을 얘기하자면 성북구 지역, 특히 한신/한진 아파트의 가격이 다들 얘기하듯이 그렇게 저평가되어있다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두들 난리나며 반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다음 사실을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곳이 강북에서 유래없이 진행됐던 재개발의 표본이라는 점입니다. 제 기억으로 제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돈암동 재개발한다고 조합결성되고 대학교 시절에 조합장 여러번 구속되고 이러저러하다가 직장다닐때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 계획되었던 13층(정확하지 않지만...) 규모에 최대한 용적률을 낮추고, 고도제한때문에 스카이라인도 비교적 낮게 구성했던 당초 계획이, 조합장이 상가지분 팔아먹고 구속되고, 도로폭 좁히고, 21층으로 용적율 대폭 올리고 하면서 단지 구성이 완전히 개판(!)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단지에 입주했을때 제가 느낀점은 "와, 대단하다..."였습니다. 멋져서 대단한게 아니고, 서울시내를 내리누르는 절벽 그 자체라는 말입니다. 입주민을 위한 조경이나 공공시설은 무시하고 그저 단지규모만 크게하고, 그것도 조합과 개발사의 이익을 위한답시고 강북의 압구정이라는 명목하에 대형평수위주로 지었다 이겁니다.
이러다보니 실제 중형평형 위주의 대단지보다 인구 이동도 적고 나이드신 분들만 입주하는 이동이 거의 없는 정체된 단지가 된거죠.
부동산을 하시는 분은 알겠지만, 단지의 이동이 없으면 거래 자체가 미약해서 가격 형성이 제대로 안될뿐만 아니라, 누가 이런 꼭대기에 21층짜리 용적율 높은 아파트를 선호하겠습니까.

둘째로는, 이곳(강북) 자체의 문제입니다. 저는 지금 강동구에 사는데 이곳에 처음 이사와서 놀란게 세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주변에 편의시설이 너무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근처에 이마트, 아울렛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탈진 곳이 드물어서 평지라는 점과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대형 공원이 주변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이건 강동구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고 정부의 잘못으로 강북이 다른 곳이 정리되고 개발되는 동안 계속 정체상태였다는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아파트 단지만 새로 들어왔다고 나홀로 가격 상승을 기대할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분도 얘기했듯 주변에 대형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10년차 아파트의 하향곡선에 돌입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한신/한진 아파트는 조합결성되고 아파트 구조 설계된지 10여년 이상이 지나서 완공된 아파트입니다. 그러다보니 구조가 80년대 후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요즘 아파트 구조하고 비교가 안됩니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10여년이 지나 재건축도, 그렇다고 리모델링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곳에 저희 부모님이 사십니다. 제가 이사하고 나서 느낀점이 있어서 부모님께 이제 용인이나 다른 곳이 어떠냐고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이러십니다. "이곳에서 산지 40여년이 지나서 다른곳에 가기 귀찮다"라고요. 제 경우겠지만, 이렇게 토박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서울에서 드뭅니다. 그만큼 동네가 조용하고 안정됐다는 말이겠지만, 아파트를 거주가 아닌 투자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 조용해서 거래가 별로 없는 동네가 되겠지요.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아무튼 저 역시 이 동네가 안오르는게 안타깝지만, 사람 인생이라는게 앞으로 10여년 지나면 또 여기저기 개발이라고 해서 언젠가는 다른 지역처럼 오를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