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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의 시대는 이미 1931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이 뉴욕에 건립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초고층 건물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서 지어졌다. 대만의 타이베이 금융센터(101층), 상하이의 진마오 타워(88층),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라나스 타워(88층) 등이 여기에 속한다. 평양에도 준공은 못했지만 103층의 류경호텔이 있다. 

최근 초고층건물의 역사에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중동의 작은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일어나고 있다. 버즈(Burj) 두바이 타워로 불리는 160층 건물이 사막의 한 불모지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작은 사막도시 두바이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 초고층건물 때문이다. 

삼성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버즈 두바이 타워가 준공되면, 두바이는 두 가지의 커다란 소득을 얻게 된다. 국가적 자부심과 관광수입이다. 세계 최고층 건물이 가져다 주는 국가적 자부심은 대단하다.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시어즈타워(시카고, 110층) 빌딩으로 국가적 자부심을 누려왔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대만 사람들이 또한 국가적 자부심을 누리고 있다. 한편 중국인들은 유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열기 못지않게 상하이의 동방명주 타워나 진마오 타워에서 자랑스러운 중국을 느끼고 있다. 

초고층건물이 가져다 주는 관광 효과는 실로 지대하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110층)가 그러하였고, 파리의 에펠탑이 그러하다. 에펠탑은 건립 당시 수많은 예술인들이 파리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지만, 지금은 연간 600만 명이 찾고 있는 관광수입의 효자가 되었다. 

두바이는 이미 아름다운 건축물로 세계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룻밤에 수백만원이 넘는 호텔방으로도 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55층 규모의 에미리트 트윈 타워의 뛰어난 조형미는 두바이를 예술의 도시로 느끼게 한다. 이제 버즈 두바이 타워가 완공되면 새로운 관광명소로서 또다시 세계인들을 유혹할 것이다. 

서울은 인구 천만의 세계적 도시이다. 이 도시에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현대적 건축물이 있어야 한다. 그 건축물이 반드시 초고층건물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경의 자금성과 같은 건축물을 단시일 내에 완성할 수 없는 점을 생각하면, 초고층건물은 우리 국력과 기술력으로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다. 

높이에 있어서만 최고가 아니라, 예술과 공학기술에 있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초고층건물을 건립하여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을 때가 되었다.

그러나 나 홀로 식의 초고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잠실에 120층, 상암동에 130층 건물이 하나씩 서 있어서는 도시 스카이라인의 조화가 무너진다. “나 홀로보다는 집단적 고층 건물군(群)”이 필요하다. 뉴욕의 맨해튼, 동경의 신주쿠, 상하이의 푸둥지구, 그리고 두바이의 세이크 자이드 대로와 같은 곳에는 고층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 지역은 자연스럽게 관광  ;특별지역으로서 관광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여의도나 상암동을 초고층 특별지역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김상대 · 고려대 교수 · 건축공학 · 대한건축학회 초고층위원장
(조선일보 200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