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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낸 개발이익환수제

△ 반포 주공3단지 전경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부동산

재건축시장 ‘지각변동’ 예고

정부가 부동산 공개념 제도의 일환으로 마련 중인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 방안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재건축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 산하 부동산 공개념 검토위원회(위원장 김정호)는 앞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지을 때 용적률 증가분의 25%만큼 임대 아파트로 환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검토위원회는 사업시행 인가 이전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용적률 증가분의 25%만큼을 임대 아파트로 환수하되, 25%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감소한 용적률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서는 용적률 증가분의 10%에 대해서만 임대 아파트로 환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표준 건축비만 주고 임대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선 토지와 건물을 공시지가와 표준건축비로 매입한다. 재건축 개발이익으로 환수되는 임대 아파트의 관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맡게 되며, 일정한 입주 자격을 갖춘 서민에게 공급된다.

검토위원회는 이 같은 방안을 이달 중 확정하고 연내 입법을 추진하되, 시행시기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부터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제도는 과연 재건축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재건축 추진 아파트 타격 불가피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이 시행되면 우선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증가 등 사업추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단지별로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는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단지보다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일정 부분을 임대 아파트로 환수할 경우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단지는 가구당 추가부담이 거의 없지만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는 가구당 3천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단지는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 아파트로 지어야 하지만, 임대 아파트 건설분만큼의 용적률을 보상받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추가부담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용적률 증가로 개발 밀도가 높아지면서 층고가 올라가고 임대주택이 단지 내에 많이 들어선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는 용적률에 대한 추가보상 없이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10%에 해당하는 일반분양용 아파트를 임대 아파트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일정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정부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공시지가(땅값)와 표준건축비(집값)로 임대아파트를 매입하지만 그래도 가구당 3천만원 정도의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를 적용해 사업승인 단지 기준의 부담금을 추산해 본 결과 강남구 A단지(용적률 87%→274%)는 가구당 2757만원, 강동구 B단지(용적률 71%→200%)는 가구당 2919만원을 각각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구수 변동이 없는 1대 1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C단지(용적률 186%→250%)의 가구당 부담액은 621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사업장 중에서도 이미 일반분양을 마쳤거나 임박한 단지들은 개발이익 환수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분양을 마친 곳에 대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분양을 마친 단지로는 △삼성동 해청아파트 2단지를 재건축하는 롯데캐슬 프레미어 △역삼동 개나리 삼성래미안(개나리1차 재건축) △잠실주공 4단지 △역삼동 I’PARK(개나리2차 재건축) △역삼동 개나리 푸르지오(개나리3차 재건축) △역삼동 푸르지오(영동주공3단지 재건축) △도곡동 렉슬(도곡주공1차 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연내 분양 예정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엔 개발이익 환수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익 환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연내 분양 주요 재건축 단지는 서울지역의 △강남구 대치동 도곡주공2차(현대산업개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3단지(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LG건설) △강남구 삼성동 AID영동차관아파트(현대건설) △송파구 암사동 강동시영2단지(현대건설·대림산업)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2단지(대림산업·삼성물산·대우건설·우방)와 경기지역의 △수원시 매탄동 신매탄주공2단지(두산건설·코오롱건설) △인천 구월동 구월주공(현대건설·롯데건설)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업속도 따라 보유 여부 판단해야


이처럼 개발이익 환수 방안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재건축아파트도 차별화 현상이 한층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투자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이제 투자자들도 재건축 지분을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보유해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의 경우엔 지분을 서둘러 처분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3년 7월1일 이후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재건축 후분양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해당 조합원들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사업진행 속도가 더딘 단지의 경우, 앞으로 재건축에 대한 매력이 갈수록 사라져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개발이익 환수 방안에 따라 재건축사업 추진 단계별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정부의 정책발표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자료제공 홍우빌딩 1F 월드공인중개소 02-782-2900

이진철/ <이데일리> 산업부 기자 tank31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