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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뚝섬에서 근 30년을 산 사람입니다.
그곳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서대문에서 신혼생활을 2년 보내고 다음달에 다시 친정이 있는 뚝섬으로 갑니다.
많은분들께서 뚝섬의 교육환경의 열악성에 대한 지적을 하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 반론을 하지 않지만 저는 한번 반론을 해보려고요.

뚝섬으로 말하자면 그옛날 영진약품(지금의 한진타운)을 선두으로 풍성전기(지금의 대림로즈빌 옆), 뚝도수원지, 말X 냄새나는 경마장, 게다가 온갖 골목골목마다 산재해 있는 소규모 공장들까지.
그야말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경동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학생수가 너무 많자 2부제를 하다가 결국 지금의 한진타운 옆에 경일초등학교를 짓고 일종의 분교를 했어요.
그땐 공원도 아닌 모래사장 갯펄 한강으로 소풍을 갔었지요.
한강에서 본 청담동, 압구정동 거기도 그당시엔 논밭이었습니다.
뚝섬구길을 활보하며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논뚝, 밭뚝길을 지나 등교를 하다가 지나는 자동차에 흙탕물을 맞기도 했구요.

경일초등학교로 일종의 전학을 왔을때 경동초등학교에는 있는 야외수영장이 없어서 실망을 했지만 대신 현미경이 있는 과학실과 컴퓨터실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를 삼았지요.

중학교에 갈때쯤 지금의 대림로즈빌 자리인 (구)장미연립으로 이사했습니다.
남자친구들은 성수현대A 옆의 성수중학교, 여자친구들은 지금 이마트 맞은편에 있는 성수여중으로 배정되었지요.
간혹 경수중학교나 다른학교로 간 친구들도 있었구요.
성수여중에 가면 선배들이 얼굴 예쁜애들을 보면 면도칼을 씹어서 뱉는다는 괴소문에 한동안 간이 콩알만해져서 다녔었는데 제가 안이쁜건지 지들보다 예쁜애가 없다고 생각한건지 하여튼 이후 후배들로부터의 말을 들어도 도통 그런 몹쓸짓에 피해 당했단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저는 연합고사 세대라 소위 뺑뺑이를 해서 고등학교를 배정 받았는데 상고를 가는 친구들 외에는 거의 한양여고 아니면 무학여고, 건대부고, 성동고, 자양고를 배정받았습니다.
성동구 주변에 대학이 많습니다.

"...대동단결, 고국의 강철되어..." 숱하게 듣던 그 말들..
당시 일종의 대모집 합장소로 유명했던 한양대, 세종대, 가끔 한번씩 나오는 건국대. 저는 무학여고를 다녔는데 하교길엔 최루탄 때문에 눈물범벅이 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한여름에 창문을 닫고 수업했을 정도지요.
지금은 그런일 없을겁니다.
대학생들이 대모를 안하니까요.

자.. 그럼 제가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동네 살던 저나 제 친구들이나 모두 부모님이 잘난사람 몇 안됐습니다.
거의 대부분 생산직이던가 공장, 가게를 했었지요.
제 아버지께서는 영진약품에 다니셨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벌어서 먹고살기도 버거워하셨지만 학교에서 요청하는 물체주머니를 한번도 빠트려주신적 없었고요,
방학숙제를 위해 매미도 잡아주셨었습니다.
동네사람들과 간혹 멱살을 잡고 다투기도 하셨지만 다음날이면 집앞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얼큰한 소주한잔에 껄껄거리며 화해하셨고 어머니들은 김장철엔 길쌈하듯이 이집저집 모여서 수십포기의 김치를 서로 담궈주셨었죠.
그땐 겨울에 먹을게 김치밖에 없었거든요.
옆집애가 혼나서 쫓겨나면 우리집에 데려와 밥먹이고 놀다가 집에 들여보냈구요,
저도 쫓겨나면 옆집가서 놀다가 부모님 화가 풀릴때쯤 들어갔습니다.
선생님 가정방문날은 그 귀하던 바나나와 포도가 쟁반위에 떡하니 올라와 있고 어머니는 부업하던 철망이며를 옆으로 제치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귀기울이셨답니다.
자, 이래도 학구열이 없는건가요?

교육열이 없어서 지역 자체가 열악하다는건가요?
네. 강남에 비하면 그야말로 서울속의 시골이죠.
수십, 수백만원의 과외가 없고, 어린 유치원생들이 놀이터에서 "쟤네집은 32평이야, 쟤랑 놀지마.." "얘네 아빠는 고작 회사원이다.
우리아빤 사장인데.." 이런 말도 들을 수 없습니다.
생일선물로 수표를 주는일도 없고, 여고생들이 명품에 빠져 명품계를 하는일도 드물겁니다.
비싼 과외 못시키고 부모가 선생님께 촌지 많이 못주고 부자학부모가 이사회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우리네 부모님들께서는 최선을 다하신거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요즘같은 세태에 과연 제대로된 교육, 훌륭한 교육환경이라는게 비싼부모, 비싼환경, 비싼아파트값에서 이루어진다고 볼수 있을까요?
만약 그러하다면 저는 제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아주 나쁜 부모가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물론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처럼 교육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쫓아 다니는것은 모든 부모의 희망이지만 주변에 공장이 있어서, 아파트값이 낮아서, 지상철이 있어서... 뚝섬의 교육여건을 비난하는것은 저는 반대입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있는 한, 제 고향 "뚝ISLAND"도 미국의 오렌지카운티에 못지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