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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목동과 교육을 제목으로 해서 6번 글 쓴 사람입니다.
이번에 또 한 번 썼으니 읽어 보세요!

제목: 현재에 특목고 다니는 아들과 내년에 일반고 다닐 딸을 둔 아빠가 바라본 3불정책

3불정책(기여입학제 금지, 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하여 논의가 뜨겁습니다. 이 문제는 자기가 처한 입장과 사상에 따라 첨예하게 찬반이 나누어질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그렇지만 현재 특목고 3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둔 나와 같은 학부모들은 매우 불안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3불정책에 대한 논란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3불정책이 내세우는 취지에 찬성하여 3불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교육부의 고민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리고 현재 3불정책을 흔들려는 집단의 의도나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아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각 대학이 특목고에 유리한 입학전형을 발표하는 것을 반갑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모름지기 한 국가의 정책은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의 개인의 처지나 호불호에 입각하여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자식의 장래가 걸려 있는 이 교육정책 문제에 있어서는 나 자신의 굳건했던 신념이 마구 흔들리고 있고 제 머리 속은 혼란스럽습니다. 교육은 百年之大計라는 말을 비웃듯 수시로 바뀐 교육정책을 비난할 생각도 없고, 자기 입지와 취향에 따라 교육정책을 변경한 사람들을 원망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 자기 유리한대로 변경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저는 지금 나 자신을 책망하고 있습니다. 3불정책의 명분과 주장이 옳다고 하면 나 자신에게 불리하고 손해가 되더라도 굳건하게 지지해야 하는데, 내 자식의 장래의 문제가 걸려 있으니 내 자세는 엉거추춤하는 자세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각 집집마다 다들 자녀들 교육이 최대 관심사항이어서 자녀교육에 매진하는데 그 결과는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항상 불만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 불만을 제도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요.
우리 작은 애가 내년에 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거든요. 작은애는 특목고에 갈 실력도 안 되니 주변의 인문계고등학교에 가야 되는데, 그렇다면
올해까지는 우리 집 큰애를 위하여 대학에서 3불정책을 위반하면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여 특목고에 유리한 입시정책을 시행하였으면 좋겠고, 내년부터는 3불정책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고교등급제를 실시 못하게 한다면 좋겠는데, 이러면 아무래도 일관성없는 편의주의적 태도라고 다들 저를 비난하겠죠!
저는 당연히 내년부터는 대학에서 특목고에 유리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면 당연히 반발해야겠지요. 이래서 그야말로 저는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있습니다. 일관성있는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군요.

3불정책이 지향하는 평준화정책이 결과적으로는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비난에 대하여 저는 찬동하지 않습니다. 3불정책은 당장에는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의 폐단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기회균등을 생명으로 하는 교육이 부익부빈익빈의 통로가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교육을 통한 계층의 고착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교육을 자본과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에 내맡겨 둘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1950-60년대처럼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입시전쟁에 내몰았던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다시 부활되거나, 예전처럼 사교육 시장을 달구었던 대입 본고사가 부활되는 것에도 저는 반대합니다. 한 때는 국가발전에 긍정적이었던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고려해 볼 때, 지금 이 상태에서 고교입학시험이나 대입본고사가 부활한다면, 불붙은 사교육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교육문제에 대해 다 전문가고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육의 문제는 많고 뚜렸한 해결책은 쉽게 제시되기 어렵습니다. 이 3불정책만 놓고 보아도 그렇습니다.
3불정책이 겉으로는 지금껏 지속되고 있지만, 그 알맹이는 소위 특목고 때문에 그리고 더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대학들의 당연한 속셈 때문에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교육부로서는 당장에 대학입시에 몰두하는 그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 때문에, 그리고 3불정책의 상징성 때문에 3불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교육부로서는 지금도 누더기 옷 같이 초라해진 이 3불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될 때 나타날 그 반발과 부작용에 대하여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겠지요.

물론 현재처럼 학교에서 학습수준과 능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같은 진도와 수준으로 교육받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한반에 몰 아놓고 가르쳐야 하는 일선학교의 선생님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한 상황속에서는 학교교육 내지 공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그래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시장은 더욱 팽창하고 있지요. 공부 잘 하는 아이 대체로 다른 방면에서도 뛰어난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잘하는 아이나 좀 뒤처지는 아이들이 한 반에서 함께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 도와주는 모습도 보기 좋다고 보입니다만, (계속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어쨌거나 앞으로의 세상은 소수의 잘하는 아이들이 앞에 서서 나머지를 선도해야 하는 상황이 필수불가피하다면 평준화정책과 3불정책은 전체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측면에서는 불리한 면이 많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하튼 진퇴양난입니다. 3불정책은 현행 교육제도의 근간인데 계속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시대상황속에서 더욱 더 방어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3불정책을 폐기하려면 특정정당이 대선에서 3불정책의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그 정당이 승리하면,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소위 정치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참여정부는 그 성격상 3불정책의 고수가 공약사항의 실천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모든 정책은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한꺼번에 3불정책을 바꾸기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여하튼 3불정책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현 정부가 3불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힘이 부쳐 보입니다. 이제 3불정책을 포함한 교육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치는 국민들의 선택에 의존하는 것이니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기대해야겠지요. 그러나 저러나 당장에 투표가 실시된다면 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