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Cover Story] 부동산의 새 아이콘 목동 연구
[매경이코노미 2006.04.19 10:54:02]

‘목동을 보면 목이 메인다’ ‘목동에 가려면 목돈이 필요하다’ ‘말은 제주도로보내고 중학생은 목동으로 보내라’ ‘특목고 입시 특구’ ‘서부 지역구였던 목동이 전국구로 올라섰다’ ‘목동이 미쳤다’ 등등. 최근 목동을 둘러싼 다양한 어구들이 일반인 화제에 오르는 빈도가 많아졌다. 소위 ‘여의도 왼쪽 외로운 섬 동네’로만 여겨졌던 목동이 이제 강남에 이은 대한민국 제2 특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한 셈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저 ‘교육열 높은 동네 중 한 곳’에 불과했던 목동이 이처럼 급작스럽게 대한민국 대표 동네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도, 목동에 사는 사람들도 ‘특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근거 없는현상은 없는 법. 여의도에 직장을 갖고 있는 금융인과 방송인, 서부 지역이 근거지인 법조인, 의사, 교수들의 집단 주거지로 유명한 ‘목동’의 최근 이상 열풍 현상을 짚고 그 배경을 분석해본다.

▶#1: 양천구 신정7동에 위치한 ‘양천여고’. 지난해 3월 1일부로 ‘목동고’로이름을 바꿨다. 벌써 1년도 더 전 얘기지만 여전히 양천여고가 목동고로 이름을 바꾼 이유에 대해 소문이 무성하다. 그 중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는 대입 수시 때문이었다는 것. 수시에서 고교등급제가 이슈가 되면서 양천여고보다는 목동고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학교 측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시 입시에서 “양천여고가어디 있는 학교냐”는 질문을 받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는 증언(?)이 뒤따르면서 고교등급제가 목동고 개명의 배경이었다는 게 이미 목동 내에선 정설로 굳어진 상태다.

▶#2: 목동 14단지 바로 옆 쪽에 위치한 3동짜리 소형 아파트 경남아너스빌. 3동짜리 아파트일 경우 101동-103동을 동 호칭으로 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곳엔 1501동-1503동이라는 글씨가 크게 써있다. 일반적으로 동 위에 표기되는 아파트 브랜드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들어가는 입구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외지인은이 곳이 경남아너스빌아파트라는 걸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를 두고 목동 사람들은 ‘목동 14단지에 이은 15단지가 되고 싶어 하는 경남아너스빌의 소망을 담은동 호칭’으로 이해한다. 경남아너스빌뿐 아니다. 목동 단지와 좀 떨어져있는 오목교역 현대백화점 앞에 위치한 아파트들에서도 ‘목동’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려운일은 아니다. ‘금호목동1차’ ‘메르디앙목동3차’ 등 목동을 아파트 브랜드 앞에붙인 경우가 다반사다.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닌 ‘동 이름차용하기’가 이처럼 자주 눈에 띄는 모습을 통해 ‘목동인이 되고 싶은 소망’을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

▶#3: 목동아파트 14단지 중 실제로는 1단지부터 7단지만 행정구역상 목동에 속한다. 8단지부터 14단지, 소위 뒷단지들은 신정동 소속이다. 그럼에도 뒷단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신정동에 산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목동에 산다’라고 한다.

‘목동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은 모두 목동사람들’이란 주장이다. 반면 앞단지 사람들은 “신정동에 살면서 왜 목동에 산다고 하느냐”며 야단이다. 뒷단지 얘기를하면서 목동을 거론하면 ‘그 쪽은 신정동’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앞단지 사람들만이 진짜 순수 목동사람들”이란 논리다.

■목동은 14개 아파트 단지 의미■‘목동’은 이제 단순한 서울시내 한 동네가 아니다. ‘목동’은 이미 ‘강남’과같은 일종의 브랜드로 굳어졌다. 저마다 ‘목동’이란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목동 주변 영등포, 구로, 광명, 부천, 일산, 심지어 김포, 인천까지.

소위 여의도 서쪽 지역 사람들에게 ‘목동’은 꿈의 동네다. 다리 하나 건너면 목동인데, 다리 하나 거리만큼 떨어져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산동과 구로동, 광명 등의집 값은 목동과 천양지차다.

갑작스레 사회의 주요 트렌드 단어로 떠오른 ‘목동’은 과연 어떤 동네일까.

목동은 일종의 신도시다. 85년 1단지 입주를 시작해 88년에는 뒷단지 입주가 이뤄졌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총 392동 2만6929가구가 4년여에 걸쳐 차례차례 주인을 찾아갔다. 14단지까지 완성되면서 목동 아파트 단지를 구성하고 있던 목동, 신정동은 인근 신월동과 함께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분리돼 나왔다. 바야흐로 이 때부터 ‘양천’ 시대가 시작됐다.

안양천을 배후에 둔 지금의 양천구는 전형적인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 오래전부터 안양천 범람으로 고생하던 지역으로, 안양천 제방이 축조되기 전까지 이 곳은 갈대만 무성한 쓸모없는 땅이었다. 안양천에 제방이 만들어진 이후 좀 나아지긴했지만, 홍수 때면 어김없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80년대에도 안양천 범람은 예 외없이 찾아왔고 지역 주민들은 또 한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곳을 신시가지로 개발한 게 바로 지금의 목동 아파트 단지다.

당시 목동 아파트 단지는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딛고 개발하는 것이었기에 정말잘 지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워낙 침수 이미지가 강했던 지역이라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던 목동 아파트를 찾아든 사람은 주변강서구 일부 주민들 정도였다.

하도 분양이 안 되자 당시 서울시 목동아파트 소장이었던 K씨가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제대로 지은 아파트이니 믿고 입주하라”고 권유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기자들은 ‘목동에 입주했다가 또 안양천이 넘쳐나면 책임질 거냐’며 버럭 화를냈었다”는 게 당시 서울시 출입기자 중 한 명이었던 Y씨 얘기다. 이후 목동이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군으로 부상하자 기자들이 목동 단지를 지날 때마다 ‘목이메어’ 고개를 돌리는 것 또한 목동의 이름 유래(?)라는 것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돼온 스토리다.

이처럼 서울 시내 안에 새로운 신도시 개념으로 만들어진 ‘목동’은 그러나 이름처럼 목동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가 아니다. 아파트 없이 주택가로 이뤄져 있는 목2, 3, 4동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서상 목동에 속하지 않는다. 3, 4, 5단지가있는 목5동, 1, 2, 6단지가 있는 목6동, 7단지가 있는 목1동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바로 그 ‘목동’에 속한다. 반면 각각 9, 10단지와 8, 13, 14단지 그리고 12단지가 들어있는 신정 1, 6, 7동은 또 목동에 속한다. 이와 무관한 신정 4, 5동은 역시 목동과 상관이 없다.

결국 ‘목동’이란 브랜드는 목동 아파트 단지가 들어있는 목동 일부와 신정동 일부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당연히 목동 아파트와 상관 없는 구시가지(목동 주택단지)는 요즘의 ‘목동’ 이슈와도 거리가 멀다. 신정 4, 5동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목고 입학 1~5위까지 中 포진■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목동’이란 행정상 동 이름과 상관없이 ‘목동 1단지부터14단지까지 아파트 14개 단지’를 뜻한다. 물론 정서상 목동에는 속하지 않아도 광범위하게 목동이라 불리우는 지역들이 있다. 오목교 현대백화점 인근에 몰려있는주상복합, 단지 내 아파트가 아닌 단지 밖 여러 아파트, 목동 구시가지에 위치한주택들이다. 단지 내 사람들은 ‘목동 사람들’로 인정해주지 않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목동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범(汎) 목동 사람들의 꿈은 단지 내 진출을 통해 ‘진짜 목동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단지내 입성’이란 표현조차 있을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목동 아파트 단지 내와 이를 제외한 양천구 주민들의 성향이 완전하게 갈린다는 것. 양천구는 목동 아파트 단지가 속해있는 ‘갑’ 지역과 단지 외 아파트가 밀집한 범 목동 지역, 신월동으로 구성된 ‘을’ 지역으로 나뉜다.

갑 지역 국회의원은 대대로 한나라당이 차지해왔다. 을 지역은 반대로 열린우리당지지자가 많다. 시의원 4명 중 신월동 소속 시의원만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목동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이 투표권자에 포함되는 지역은 예외 없이 한나라당 후보들이 독식한다. 20명 구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지역 사람들은 “목동 아파트 단지 정서는 강남과 똑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목동이 최근 들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맹모삼천지교’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목동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히 교육 환경 때문이다. 2006년 7개 외고 입학생 출신 학교 분석 결과 목일중(33명), 신목중(30명),월촌중(28명), 신서중(26명), 목동중(23명)이 1위부터 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5개 중학교가 모두 목동 아파트 단지 내 학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동의 중학교는 이제 전국적인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은 늘 수요가 많게 마련이다. 나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수요는 넘치고, 이는 자연스레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목동 아파트 가격 급등에 힘입어 양천구는 올 들어 강남을 제치고 서울에서 가장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차지했다.

[취재팀 : 김소연(팀장) / 정광재 / 김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