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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1단지, 새벽의 ‘분뇨 테러’

대의원회의장에 분뇨 뿌리는 엽기 상황 발생


지난 3일 잠실1단지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의원회의장으로 사용 예정이었던 단지 내 노인정 실내에 분뇨가 뿌려지는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

재건축사업 현장에서의 분뇨 사건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인천 이화아파트 총회 진행 당시 총회장 입구에 반대측 조합원이 분뇨를 뿌리는 상황이 발생한 적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번처럼 실내에까지 분뇨가 뿌려진 것은 거의 드문 일이어서 재건축 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대의원회의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이 곳은 단지내 노인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노인정이었기 때문에 비난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건발생은 3일 새벽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인정은 잠실1단지 내 노인들이 매일같이 나와 있는 곳으로 그 전날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던 곳이 3일 아침, 노인정을 찾은 한 노인에 의해 처음 목격됐기 때문이다. 노인정 바닥에 상당량의 분뇨가 어지러이 흩뿌려져 있었으며 내부에 있던 냉장고 및 책상 등 집기뿐만 아니라 천정에까지 뿌려져 있었다.

분뇨를 뿌린 당사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조합 반대측에서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주변의 추측이다. 사건이 발생했던 3일 오후 7시부터 대의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원회의 개최를 저지하고자 새벽에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주장이다.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조합 인터넷 게시판에 비난의 글들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사업추진이 하루라도 아쉬운 순간에 사업추진 발목을 잡는 행위를 꼬집는 글들이다. 한 조합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라면서 “어떻게 대의원회의장에 분뇨를 퍼다가 뿌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다른 조합원도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각종 현안들을 대의원회의에 상정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행위는 대의원회의 개최를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합원은 대의원회의장이란 측면보다 노인들이 이용하는 장소에 대한 도덕성 측면에 따른 ‘무례’를 질타했다. 이 조합원은 “어르신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곳에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정은 조합 사무실과 벽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인해 조합의 정상적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아침에 조합 사무실에 출근해 보니 분뇨 냄새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건 당일 이주절차를 밟기 위해 1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조합을 방문했는데 사무실을 입장하는 조합원마다 코를 막으면서 ‘이 냄새가 대체 뭐냐’ ‘빨리 방향제라도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분뇨냄새로 인해 한동안 조합 사무실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감식반까지 출동해 수사를 하고 간 상황이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아 낼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재건축사업에서 간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가 발생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노인정 및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공공의 장소에 대한 몰상식한 행위는 결국 사업추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어떠한 명분을 갖고 했다 하더라도 행위 자체를 정당화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주위의 따가운 시선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김병조 기자 2004-09-13 15: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