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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다음 아고라 경제방



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서울시가 아니라 서초구에서 추진하는 거라고 합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한다면 이렇게 엉터리 계획을 내놓을리가 없죠. 전문가는 아니지만...여러모로 폭이 좁고 근거나 결과나 다 이상한 정책이니...

그리고 서초구에서 연구용역을 주기로 했다는데...설계회사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똑같은 과제를 줘서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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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이유와 결과에 대해 심히 큰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강남터미널 때문에 길이 막힌다고 생각하며 찬성하는 분들이나, 지금 자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글을 권한다.

[서초구(구청장 박성중)는 “강남지역 교통혼잡의 주 원인 가운데 하나인 고속버스터미널을 시 외곽권으로 옮기고, 이 자리에 첨단 업무·상업·주거시설이 들인 파리의 ‘라데팡스’ 같은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중략)
새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는 경부고속도로와 전철 신분당선(2010년 완공 예정)이 만나는 청계산 아래 시 경계 지역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고속버스가 도심까지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전철과의 환승이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강남터미널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서 교통 문제가 심각하니 이를 비교적 외곽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인터넷 여론 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서울 시민들은 교통 정체와 '라데팡스로 개발하겠다'는 그럴듯한 계획에 찬성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시민 생활과 강남터미널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과 지방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불편을 줄 것인지 알 수 있다.

1. 말도 안되는 숫자놀음

[그동안 고속터미널 주변은 진·출입 고속버스로 인해 심한 혼잡을 빚어 왔다. 경부·영동선 진·출입로인 우면로의 경우, 퇴근길 시속이 11.3~14.2㎞에 불과하고, 인근 신반포로(12.1~14.1㎞/h)와 반포로(15.4~26.1㎞/h)의 혼잡도 심각하다. 고속터미널을 들고 나는 차량은 73개 노선에 하루 2200대, 시간당 130대에 이른다.]

먼저 서초구에서는 현재 강남터미널 근처의 교통 통행 속도가 턱없이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 곳을 지나는 서울 시민들 모두가 아시다시피, 호남선 경부선 강남터미널을 지나는 반포로와 신반포로는 (지리적) 강남의 동서축을 잇는 주요 도로이다. 강남으로 향하는 교통량이나 흑석동을 지나 여의도 인근으로 향하는 교통량의 대다수가 이 도로를 지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통행 속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고속터미널을 들고 나는 차량의 숫자까지 언급하며 강남터미널 때문에 이곳의 교통이 막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러분은 교통량이라는 개념에 대해 아시는지? 시간당 130대라는 강남터미널 관련 교통량이 전체의 몇 %인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답은 안 봐도 뻔하다. 어떻게 아냐고? 당신이 그곳에서 하루종일 서서 관찰해보라. 도로위에 강남터미널에서 들고 나는 버스들이 많은지, 아니면 일반 자가용들이 많은지.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20% 안팎일 것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 드나드는 자가용들까지 합쳐봤자 전체 교통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심각할 정도로 높은 비중이 나오긴 어렵다. 실제로, 교통량 조사를 하면 위에 나온 속도뿐만 아니라 버스의 비중까지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런 자료는 빼놓고 속도만 발표하는 점도 의심스럽다.

여기다, 일반인들의 잘못된 편견이 더해진다. 버스라는 큰 차들이 드나드니 그게 길을 막고 그때문에 교통 정체가 심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이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스전용차로제 또한 성립할 수 없다. 버스전용차로제란 무엇인가? 큰 차가 작은 차들을 막아서 길이 막히는 게 아니라, 운송 효율도 떨어지는 자가용들이 버스를 막아서 전체적으로 도로 이용과 대중교통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에서 착안한 제도인 것이다. 교통쪽의 학문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언제나 막히는 터미널 근처를 지날 때마다 "저 버스들 때문이야"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닌 것이다. 이해가 안된다면 일반 도로에서 길이 막히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시내버스들 때문에?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가용때문이다.

정 교통 정체에 치명적인 원인이 되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강남터미널에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요즘 새로 짓고 있는 모 아파트 단지를 꼽겠다. 그렇다. 이번 계획이 나온 원인은 아마도 그 아파트 단지일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안 그래도 교통이 복잡한 곳에 그 정도 규모의 건물이 들어선다면 교통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훤한 사실이다. 그런데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있던, 대다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인 버스 터미널을 옮기란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2. '라데팡스'라는 화려한 계획

프랑스 파리 근처에 있는 라데팡스는 일반인들도 잘 아는 새로운 도시의 전형과도 같은 것이다.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에게도 그곳은 그야말로 꿈의 도시다. 그러나 그게 강남터미널 이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잠시 기사를 인용하기로 한다.

[...첨단 업무·상업·주거시설이 들인 파리의 ‘라데팡스’ 같은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강남터미널을 옮기고 그 자리에 첨단 업무 상업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버스 터미널과 업무, 상업 시설. 이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사람을 끌어모으고 더 많은 교통량을 발생시키겠는가? 쉽게 말하자면 강남터미널 자리에 코엑스같은 게 들어선다고 생각해보자. 드나드는 교통량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당국에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는데 그렇다면 코엑스같은 고집적 업무상업단지와 비교연구하며 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즉, 강남터미널이 교통 정체의 주원인이라는 당국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라데팡스 운운하는 것은 그저 시민들을 선동하기 위한 하나의 화려한 청사진일 뿐이다.

3. 앞날을 생각한다면 더욱!

강남터미널 맞은 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 이제 곧 재개발될 것으로 알고 있다. 재개발 되면 어쨌거나 지금보다는 주거밀도가 높아진다. 그럼 그만큼 교통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라데팡스'까지 들어선다고 생각해보자. 그뿐인가? 위에 썼듯이 강남터미널에서 도로 건너편에 새로운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도 짓고 있다. 강남터미널이 교통 정체의 주원인이라고? 이래도 동의하실 생각인가?

4.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사실 지방 사람이다. 일 때문에 가끔 서울을 드나들 때마다 강남터미널의 기막힌 입지에 감탄하며 그 편리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 점은 그곳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이전 예상지역은,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접근성이나 대중교통 이용의 수월성이나...여러모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 관련 전공을 해서 좀더 전문적인 분석을 해보려고 했지만, 다 까먹어서 그렇게 쓰지 못했다.ㅡ.ㅡ; 그러나 그런 내가 보기에도 위에 쓴 사항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강남터미널 근처에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가 어느 정도 규모로 지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착공될 반포 단지나 이런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그 자리에 터미널보다 훨씬 더 많은 교통량을 발생시킬 시설을 짓겠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이유가 '터미널이 교통 정체의 주원인'이라니!

글쎄, 아마 진짜 이유는 화려함과 부의 상징인 강남에, 경부선 터미널같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있다는, 게다가 그건 공공 교통 시설,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꺼림칙함 때문이 아닐까? 경부선 터미널이 호남선 터미널만큼만 화려하게 생겼어도 이런 말이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지자체 입장에서 본다면 그다지 지역내에 세수에서도 도움이 안되고... 하여튼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계획이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이전 계획 대상지라는 청계산 근처로 절대로 옮겨서는 안된다. 그 근처는 내가 알기로는 그린벨트 구역이다. 만약 강남터미널이 그쪽으로 옮겨간다면 그것은 그쪽 지역 그린벨트 파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서울 남부의 녹지 지역을 없앨 셈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새로 옮겨가면 이용객들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경부고속도로 진입이 쉬워진다는 것은 지금보다는 더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옮겨간 옛 부지에 새 건물을 지으면 지금보다 교통 정체가 덜해지나? 천만에. 지금 서초구는 도무지 말도 안되는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