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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노원사랑방의 한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는 내용의 글로 감동의 리플이 많이 달렸던 사연의 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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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오늘은 저희 5주년 결혼 기념일 입니다.

2001년 뒤늦게 철들어 두 주먹 불끈쥐고 촌놈 가방 두 개 들고 상경한 그 이듬해...

우리는 결혼을 했고, 열심히 살 것을 제주도 삼등 호텔방에서 다짐을 했더랍니다.
그러나 촌놈 서우살이란 참....
반지하 전세를 구하려다 교차로 광고보고 구경을 갔던 빌라
반지하만을 둘러봤던 아내의 얼굴에 햇살처럼 반짝이던 미소.
신랑은 덜컥 부천 역곡에서도 구석쟁이 빌란줄도 모르고 생애최초대출 5천대출을 받아
4층빌라 꼭대기층을 7800에 그만 덜컥 계약을 했더랍니다.
그런데도 세상물정 모르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첫 딸 아이가 계단을 오르며 " 아빠 나중에는 2층집에 살자, 계단이 너무 힘들어" 할 때까지는요.
1동짜리지만 건넛 아파트 놀이터 철창을 붙잡고 마냥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을
발견할 때 까지는 요.
참, 인생이란 ... ;;
판잡집에서도 살아본 저이기에 딸아이의 얼굴을 가슴에 묻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4살적 기억이 없기에 우리 딸아이도 지금시절을 기억 못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던 2006년 3월 어느날
1년 넘게 내놓아도 연락 없던 집에 어느 눈먼 이가 찾아 왔습니다.
가난한 학부형 같아 보였던, 말 많았던 딱따구리 매입자 아저씨와
1년 넘게 내놨는데도 소식이 없었는데 지금 안팔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던 부동산 사장님...
결국, 6천2백50에 팔고 나왔습니다.
뼈빠지게 일하며 중도상환했던 1천만원이 있었기에
그나마 4천대출 대출 갚고 남은 전 재산 달랑 2천2백50
게다가 매수자 사정상 채 보름도 안남겨 집을 비워주기로 한 형편으로 ...
막상 일을 저지르고 난 저는 입술이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 미치광이로 갓난이 둘, 애들엄마 집에 남겨놓고 서울 경기 누볐던 일주일.
성남 고갯길 하늘에 닿을 것만 같던 오르막 내리막길을 수없이 걸었고, 싸다고 소문난 동네 부동산마다 절래절래 택도 없다던 그 차가운 시선들....
돈 2천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월세 밖에 없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 소주 한 잔 참..... 맛있더라구요.

일주여 남긴 즈음
온수역 7호선 끝에서 탔던 열차.... 눈감고 한 참을 앉자서 갔던 그곳 중계동 ...

주공아파트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예전 직장 동료가 살았다던 민영아파트 들었던 시세 2억
혹시나,,,, 혹시나... 고개를 떨구고 문열었던 중계동 주변 부동산...
운이 좋았습니다.
제 사정을 듣고 자신의 일처럼 여겨주던 내 나이 또래 부동산 직원...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른일 마다하고 제 고민 상담 다 들어주고 조회해주고
상계동에 정말 하나 났다며 구해줬던 2단지 23평 지금 우리집.
집값 2006년 3월가격 1억1천대 초중반. 융자 천문학적 8천 + 마이너스 대출 또 천만원
운이 좋았습니다. 감사함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전제 밖에는....

6개월이 지나....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주공2단지에 깊은 가을이 왔습니다.
아이엄마는 여기가 정말 좋답니다.
살기 좋은 동네라고 아이키우기 좋은 동네라고 날마다 날마다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

오늘은 결혼기념일,
일찍 퇴근하고 3단지 세비앙제과점에 들렀습니다.
주인아저씨께서 치즈케익에 손수 " 축 결혼 기념일" 이라고 써주셨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내고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남기에
추위도 녹일겸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이는 부동산에 들러 우리집 시세를 물어 봤습니다.
아무리 간선도로변이고 서향이래도 "1억8천 정도" 할 거란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 아내에게는 안들려 줬습니다.

좀 이따 아이들 자면 케익에 촛불켜서 맥주한잔 더하며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들려 주려고요.
고생을 행복이라 생각하며 산 그녀에게 더없는 결혼기념일 선물이 아닐까 싶어서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던데..저 정말 더 열심히 살아야 할까 봅니다.

희망이 있는 노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