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강북 아파트가 뜨는 이유…뉴타운ㆍ경전철등 호재 많아　　　　
11/19 07:40 [매일경제]

서울 강북 번동 드림랜드 정문 근처에 사는 이 모씨(44)는 얼마 전 전용면적 81㎡(25평형)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팔았다. 자녀 교육 문제로 학원이 밀집해 있는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만 해도 이씨는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당시 아파트 값이 1억7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인근 지역 재개발과 드림랜드 공원화 발표로 아파트 값이 작년 대비 2배 이상 올라 비싼 값에 내놓을 수 있었다. 김씨는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팔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집값이 올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조성, 경전철 건설 등 각종 호재로 올 들어 강북권 아파트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작년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곳도 많다.

재건축 약세와 공급 물량 증가로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강남권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북지역에 이같은 상승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전세 수요가 매매 가격 밀어올려

= 최근에는 강북권 전역에서 뉴타운 조성과 재개발 공사로 집을 비워야 하는 주민들이 인근 지역 전세 수요로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가고 있다. 전세 수요 급증에 따른 전세금 상승이 매매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뉴타운 공사를 시작한 성북구와 강북구가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강북구는 올 1월 3.3㎡당 아파트 시세가 800만원 초반대에 불과했으나 현재 1000만원에 육박한다"며 "강북구와 가까운 도봉구와 노원구도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3.3㎡당 매매 가격이 연초 대비 2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도 강북권의 아파트 값 상승세는 계속됐다.

부동산114와 스피드뱅크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 지역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져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도봉구와 노원구가 각각 0.31%와 0.2% 상승하는 등 강북권은 오히려 값이 올랐다.

특히 드림랜드 공원화와 경전철 사업의 최대 수혜지역인 번동 일대는 주공 4단지 62㎡가 한 달새 4000만원가량 오른 2억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매도자가 추가 가격 상승 기대로 매물을 거두어 들이고 있어 실제 매매는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번3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과 문의는 많지만 매물이 거의 나오기 않는 데다 전에 내놓았던 것도 거두어 들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내년에도 가격 상승 기대 높아

= 각종 개발 호재로 강북권 아파트 값은 내년에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평뉴타운 분양과 용산 국제업무조성지구, 뚝섬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미아와 장위, 상계, 가재울 등 강북 곳곳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이 연결되지 않는 교통 취약 지역에는 경전철이 놓이고 드림랜드와 같은 대규모 공원이 조성되는 등 강북권의 교통, 환경 개선이 호재로 작용한다. 차기 정권이 강북권 개발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광역학군제 도입 등 정치ㆍ교육적 분위기도 추가 상승 기대를 높인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최근 강북 중소형 아파트의 약진은 크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과 정부, 서울시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종합부동산세 기준 강화와 대출 제한 등 각종 세제와 금융 규제로 묶여 있어 중저가대 아파트가 많은 강북권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과 2003년 이후 5년간 강남과 강북의 주택 가격 차이가 너무 컸던 것도 원인"이라며 "지금의 강북 아파트 강세 현상은 가격차를 좁히기 위한 일종의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강북권 강세, 강남권 약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차기 정부가 세제와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가 풀면 강남권이 다시 반등해 가격 차이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강남 일변도 강세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강북권의 개발 호재가 많아 규제가 풀려도 강남권만 혜택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면 강남과 강북권 아파트 값이 동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박원 기자 /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