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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고액권 나오면…"시간·비용 절약" "인플레 부추길 것"
[중앙일보] 2007년 01월 07일(일) 오후 09:30 가 가 |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이태종.장욱]필요성·문제점 분석5만원권과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정경제부는 여야가 합의할 경우 고액권 발행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고액권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과 문제점, 고액권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공부한다.

◆고액권이 필요한 이유=고액권 발행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유통되는 화폐 단위 액면가가 작기 때문이다. 1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1973년에 비해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48배로 늘었고, 소비자물가는 12배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통되는 1만원권 화폐 가치는 그동안의 물가 상승분을 적용하면 790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10년 뒤 1만원권의 실질 가치는 6600~5200원으로 떨어져 소비자는 지금보다 34~48% 많은 양의 지폐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의 가치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보다 훨씬 낮은 것도 고액권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29개 OECD 회원국의 최고액권의 평균 가치는 37만원이다. 미국의 최고액권은 약 9만2000원(100달러), EU는 61만2000원(500유로), 일본은 7만8000원(1만엔)으로 우리보다 훨씬 크다. 세계 212개국과 비교할 경우도 최고액권의 액면 가치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소말리아와 수단 등을 포함해 29개국뿐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고액권이 유통되면 소비자는 거래할 때 지폐를 세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많은 양의 지폐를 소지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

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유통되는 지폐의 92%(액면 기준)를 차지하는 1만원권의 40%(8억 장)가 고액권으로 바뀔 것이며, 화폐 유통량 감소로 연간 400억원의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액권은 또 현행 자기앞수표를 대체해 수표 발행과 사후 관리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발행 규모는 연간 10억 장이 넘고 유통 기일은 평균 10일 이내다. 따라서 1만원권의 평균 유통 기간인 54개월보다 훨씬 짧아 연 400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계산이다.

개인 신상을 이서해야 하는 등 화폐로서 매개 기능이 떨어지는 수표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시민단체 등 고액권 발행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고액권이 유통되면 큰 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인 감각이 무뎌져 거래 단위가 커지고 물가 상승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뱃돈이나 경조사 비용의 단위가 커질 수 있다. 고액권은 뇌물 등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정치 자금이나 뇌물, 검은돈 거래의 악습이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액권이 발행되면 불법 거래의 단위를 높여 사회 부패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액권 발행 절차=한국은행법 49조는 '한국은행은 정부의 승인을 얻어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의해 어떤 규격.모양.권종(유통 중인 지폐의 종류)의 한국은행권도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액권이 도입되려면 한국은행이 지폐 도안과 규격을 포함한 발행 계획을 세워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얻은 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장욱 기자 zusar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