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집값 보합이라는데, 인터넷 시세는 왜 올랐지?
"단기 급등분을 여러 주에 나눠 반영하기 때문"




서울 염창동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지난 주 인터넷에 올라온 아파트 시세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정부의 11.15대책으로 거래가 줄고,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달리 찾아보는 아파트마다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가 안된다는데 시세는 또 올랐다는 게 이상하다. 집을 사야 하는데 사야할 지, 말아야 할 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가격을 제공하는 인터넷 시세와 실제 가격에 차이가 커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단순 금액 차이를 넘어 가격이 보합이거나 호가가 떨어진 곳까지 오른 것으로 게재돼 최근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고 있는 국민은행 시세를 보자. 지난 24일자로 갱신된 파주시 교하읍 월드메르디앙 1단지 시세는 일주일 전(17일)보다 1천만-3천만원 이상 상승해 33평형이 3억1천만-3억6천500만원, 48평형이 5억1천만-5억7천만원 선이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는 대책 발표후 국세청 세무조사로 문 닫은 중개업소가 많고 매수세도 관망세로 돌아서며 지난 주 실제 가격은 상승세를 멈췄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인터넷 시세가 뛴 것은 지난 주 실제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높게 거래된 가격을 이제서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대우푸르지오의 경우 지난 한 주간 국민은행 시세는 30만-1천280만원, A정보업체는 500만-2천만원, B정보업체는 250만-2천만원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이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대책 발표까지 겹치며 지난 주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분양권도 사정은 같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이파크는 500만-1천50만원, 성북구 길음3차 래미안은 470만-2천150만원(이상 국민은행 기준) 오른 것으로 게재돼 있지만 실제 중개업소는 이구동성으로 '보합세'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개업소들은 시세 조사기관과 정부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국민은행 등 시세 조사기관이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지 말라고 주의를 줘 10월-11월초 급등한 가격을 몇 주에 걸쳐 나눠서 올리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제 시세를 맞춰가는 과정이 길어지다보니 보합세인 지난 주에도 가격이 상승한 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가는 현장에서 확인해야

실제 파주 월드메르디앙 1차의 경우 중개업소가 밝힌 '진짜' 현재 시세는 33평형이 3억5천만-4억원, 48평형이 5억8천만-6억원으로 24일 게재된 인터넷 시세보다도 최고 3천만원이 비싸다. 계산대로라면 이번 주에도 인터넷 시세는 그만큼 더 오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시세 조사업체들도 어려움으로 토로한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시세를 단기에 너무 높게 올리면 정보업체가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몰린다"며 "정부 눈치가 보여 일부러 시세를 조금씩 올리다보니 시장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담합 기미가 있는 곳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고, 일부 중개업소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시세는 주가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수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사람(중개업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며 "인터넷 시세는 참고만 하고, 실제 거래가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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