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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집값, '장기 소외'가 폭등 불렀다"

[오마이뉴스 2006-11-13 08:56]


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불나방처럼 시장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집을 가진 이도, 없는 이도 모두 불안하다. 정부에서는 잇따라 안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꾸로만 움직이려 든다. 정책 입안자, 민간 전문가, 실수요자 모두 틀렸다. 다만 정부 정책 반대로 움직인 이들만 웃었다. 해답은 없는 걸까. <오마이뉴스>는 지금의 '집값 공황' 현상을 정부 당국자나 민간 전문가가 아닌 수십년간 시장의 최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중개업자의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봤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 집값 상승의 '소외' 지역으로 분류돼 온 강북이 이번에는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이변'마저 연출되는 형국이다. 사진은 서울 강북에 위치한 한 아파트.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가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며 발표한 8·31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건설 분양가를 낮추기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아파트값이 며칠 새 몇 천만원씩 뛰고, 일부 지역에서는 계약해지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집값 상승의 '소외' 지역으로 분류돼 온 강북이 이번에는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이변'마저 연출되는 형국이다. 부동산정보 전문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강북구 6.55%, 노원구는 7.19%가 급등해 서울지역에서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오마이뉴스>는 강북지역 집값의 '이상 급등'에 대한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강북에서도 가장 많이 오른 노원구 부동산 중개업자 3명의 방담 자리를 마련했다. 방담은 11일 오전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이뤄졌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고 경고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실수요자를 비롯한 서민들은 전혀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에서는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집 마련 기회가 멀어진다'고 걱정하는 30대 샐러리맨의 심리적 불안이 '강북 폭등'의 기현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방담 참석자

김평국 우성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양동현 새로나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한재훈 효성부동산컨설팅 대표 (가나다순)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기세다"



▲ 김평국 우성공인중개사무소 대표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폭등은 강북이 주도했다고 한다. 실제 언제부터 얼마나 올랐나. 먼저 그 얘기부터 하자.
"처음 보는 무서운 기세다." 김평국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지역 전역이 들썩여도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던 노원구 상계동에선 일부 노후 아파트 호가가 한 주에 4000만~5000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24평짜리도 추석 이후 몇주 사이 3000만~4000만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한재훈 대표도 김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중개업을 해왔는데 놀랍다. 중계동의 경우 32평이 4억5000만~5억원을 넘는다. 1달 전보다 1억 가까이 상승했다. 주공아파트가 많은 상계동에서도 임광·대림아파트의 경우 작년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이곳 주민들은 최근의 집값 급등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선 방담에 참여한 3명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도 아직 이곳 사람들은 더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평당 1000만원 이상은 가야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이상 급등도 과열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 최근 한 달 사이 갑자기 집값이 들썩였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양동현 대표는 서울시가 은평 뉴타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그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전통적으로 신혼부부가 처음 들어와서 3년 정도 살다가 빠지는 곳이다. 일종의 정거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동안에도 주로 주거의 목적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만한 요인이 없었다. 서울시가 은평 뉴타운 분양을 하면서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 이상으로 하니까 여기도 바람을 탔다."

한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은 3명 모두 실수요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보통 특정 지역이 짧은 시간 안에 이상 급등을 보일 경우 투기세력이 이를 이끄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에는 실수요자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실수요자들이 몰렸다는 점이다. 사실 적은 돈으로 집을 마련하기에는 이곳밖에 없지 않는가. 최근에는 의정부 쪽으로 분양을 받아서 갔다가 그곳 교통이 안 좋아 다시 이곳 으로 나오려는 이들도 많다." (양 대표)

"실수요자가 집값 끌어올렸다"

- 그럼 실수요자들이 매수세에 가입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얘기인가.
"일부 투기세력이 몰리기도 했지만 우리 업소를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투기꾼도 아니고, 부자들도 아닌 30대의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는데 이들이 조급증을 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한 대표)

방담 참석자들은 특히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강북 지역 집값 상승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최근 강북 지역의 가격 급등은 '지금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집 마련 기회가 멀어진다'고 걱정하는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양 대표는 "추석 이후 업소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투자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혀온 공무원들마저도 최근 '일단 집을 사고보자'는 실수요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두 이번 집값 급등은 예전처럼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읽혔다.

이들은 하나 같이 "최근 서민층 실수요자들까지 아파트 매수세에 가담해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오히려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정부에 충고했다.

- 강남 집부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이 곳에 진출해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이곳에선 17평을 미만의 적은 평수의 경우 95%가 세입자다. 그 집 주인은 대부분은 강남 등 타지 사람이다. 현재 17평이 1억2000만원 정도 가는데 내년에 양도세 중과한다고 하니까 다주택자들이 집값도 오르지 않고 별 볼일 없다고 여긴 이쪽부터 팔았다. 지난해 7~8월부터 나온 물량이 최근에 대부분 소진됐다.

1가구 2주택자들은 가장 먼저 노원구에 있는 집부터 팔았다. 문제는 그 물량을 누가 받아갔냐는 점인데,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이 동네 사람들이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그만큼 여기가 쌌기 때문이다. 특히 그 추석 이후 집을 사려는 세력이 몰리면서 30%가까이 올랐다." (한 대표) 외지인보다는 이곳 현지 주민들에 의해 집값이 올라갔다는 주장이다.

"호가만 뛴 게 아니다. 한 달새 거래 30% 늘어"



▲ 양동현 새로나공인중개사무소 대표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 사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어도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채 호가만 치솟는 현상이 많았다. 여기는 실제 어떠했나.
"호가만 뛴 게 아니라 실제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 월별로 보면 지난 9월에 비해 10월에 30% 이상 거래가 늘었다." (한 대표) 김 대표도 "예전에는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았지만 요즘엔 실제 이곳을 찾아 2~3일 만에 거래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결혼한 지 3~4년쯤 되는 부부들이 꾸준하게 집을 내놓으면서 실제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고 말했다.

판교 신도시도 실제 거래가 상승에 한몫 거들었다. 양 대표는 "여기에 판교 청약에서 떨어진 이들이 실망감에 이곳으로 몰렸다"며 "추석 이후 판교에 떨어진 이들의 상당수가 상담을 왔고, 실제 매매를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 청와대에서 "지금 집을 사면 낭패를 본다"고 경고를 하고 있는데, 실제는 어떤가.
"사실 청와대에서 그런 말을 하기 며칠 전부터 좀 과열양상이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다음주 초에 정부에서 또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까 일단 그때를 보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다. 그 정책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불은 더 커질 수 있다." (양 대표)

"그동안 수도권에서 노원구가 값이 가장 저렴했다. 검단 신도시 발표하고 은평 뉴타운 분양가가 평당 1400만원 이상 나오면서 그쪽이 뜨니까 이 지역도 올랐다. 여기 실수요자들은 청와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지금이야말로 집을 사야 될 때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실제 상담을 해보면 더 기다렸다가는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히 깔려 있다." (한 대표)

이는 다음주 초 정부 정책 발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대목으로 읽혔다. 결국 여태껏 매번 그래왔듯이 만일 이번에도 정부 정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상황인 셈이다.

"분양가 낮추면 또 로또 될 것이다"



▲ 한재훈 효성부동산컨설팅 대표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 그렇다면 정부 대책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 신뢰를 보여주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집이란 투기가 아닌 주거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토지공사, 주택공사에서 민간 기업 못지않게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번다. 여기서 부터 정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김 대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1년이라도 일한 사람을 정부가 대책을 세울 때 참관인으로 불러라. 그러면 정부 정책도 좀 더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달라질 것이다. 만일 내가 참관인으로 참석한다면 정부에게 '물리적인 공급'보다는 '행정적인 공급'을 고민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한 대표) 집을 새로 짓기보다는 2채, 3채 다주택자들이 정부 정책에 의해 집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곧 추가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까 일단 코웃음을 치면서도 지금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 대책이 별 볼일 없으면 오히려 휘발유를 부을 수 있다. 현재로선 우리도 사라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 (양 대표)

- 정부에선 끊임없이 신도시 등에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 경우 실제 효과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솔직히 회의스럽다. 분양가를 낮추면 또 그만큼 프리미엄이 생겨서 로또가 될 것이다. 정부에선 그 동안 뻔히 당했으면서 그런 정책을 또 내놓는다고 한다.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양도세 중과도 마찬가지다." (양 대표)

이 대목에선 양 대표의 말이 많아졌다. "세금 세게 매긴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조금 지나면 누더기처럼 여기 고치고 저기 고칠 게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금 때문에 놀라는 건 보수신문밖에 없더라. 정말 집값을 잡고 싶다면 예전 박정희 대통령이 그린벨트 만들 때처럼 혁명적인 걸 해봐라. 여기 눈치보고 저기 눈치보면서 무얼 잡는다는 얘기인가."

청와대는 최근 지금의 부동산 과열을 건설업체, 금융회사, 부동산중개업자, 언론의 탓으로 돌렸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강북 지역 중개업자들은 한결같이 실수요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물론 이날 방담에 참석한 3명의 주장 속에서 실수요자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명백한 근거를 들어보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의 공언(公言)이 번번이 공언(空言)이 되는 경험칙을 상기했을 때 이번에도 정부보다는 중개업자의 시각에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이 단순 엄포일 뿐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맞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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