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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매 ‘강남 약세’, ‘강북 강세’ 현상 뚜렷
강남권 유찰 잦고 낙찰률도 뚝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강남권 약세’, ‘강북권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아파트 낙찰가율 추가 하락 기대감에 유찰 사례가 잦고 낙찰률도 감소세다. 반면 강북권은 저평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으면서 낙찰가율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경매시장에선 다세대나 연립 등 일반 주택의 인기도 여전하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조사 기간(5월3일~16일)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45.6%를 기록했다. 아파트 180건이 경매에 부쳐졌으나 82건 만이 낙찰된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월 51%, 2월 61.9%, 3월 48.6%, 4월 50.8%를 나타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감정가가 높게 매겨졌다 싶으면 입찰을 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추가 하락 기대감이 팽배해 유찰 사례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낙찰률이 줄면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도 하락세다. 얼어붙은 경매시장 경기를 반영하듯 5월 초ㆍ중순에 법원 경매 입찰에 부쳐진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95.4%로 지난달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입찰 경쟁률은 5.6대 1로 지난 달(5.3대 1)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개월 전이나 3개월 전에 비해서는 각각 0.4명, 0.7명씩 줄었다.

강남권, 낙찰률ㆍ입찰율ㆍ낙찰가율 등 트리플 약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0.1%로 지난달보다 4.8%포인트 내렸다. 낙찰률은 45.2%로, 총 42건 중 19건이 낙찰됐다. 경쟁률 역시 4.3대 1로 4월(6.4대 1), 3월(5.1대 1)보다 낮아졌다.

경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시가격보다 9000만원이나 싼 값에 낙찰된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다.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로 나온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3단지 아파트 53평형은 2차 경매에서 최종 14억5380만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 17억원이던 이 아파트는 한차례 유찰된 뒤 최저입찰가 13억6000만원에 다시 경매에 부쳐졌고, 결국 공시가격인 15억4400만원보다 9020만원 낮은 값에 낙찰됐다.

불황 모르는 강북권 경매시장

반면 강북권(강북ㆍ노원ㆍ도봉ㆍ성북ㆍ은평구) 아파트 경매시장은 불황을 모른다. 낙찰률이 60%에 육박하는 등 경매 열기가 뜨겁다. 조사 기간 동안 경매에 부쳐진 51개 물건 중 30건이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은 58.8%였다. 낙찰가율(107.1%)도 강세다. 강북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1월 92.2%, 2월 94.3%, 3월 92.1%, 4월 97.8%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쟁률도 6.6대 1로 높은 편이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올 들어 월 평균 낙찰가율이 10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등 선전하고 있다. 1월 113.8%, 2월 119.8%, 3월 112.7%, 4월 112.7%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7.1%의 낙찰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7일 경매에 부쳐졌던 노원구 하계동 우성아파트 31평형은 12명이 경쟁해 감정가(3억2000만원)를 훌쩍 넘긴 4억159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무려 130%에 달했다. 2억6000만원에 감정된 성북구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 31평형의 경우 이달 3일 경매에서 10명이 달라붙어 감정가의 135.7%에 해당하는 3억5000여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북권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주택 담보대출 규제로 자금 동원이 쉽지 않은 데다 청약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주택 수요자들이 적은 돈으로 싸게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강북권 중소형 평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다세대ㆍ연립 인기 여전

다세대나 연립주택도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조사 기간 동안 서울 연립ㆍ다세대주택 낙찰률은 71.7%로 아파트보다 26%포인트나 이상 높다.

낙찰가율도 서울 평균 101%로 높은 편이다. 다만 강남권은 74.3%로 서울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양천구 목동의 두두빌라는 10일 경매에서 33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 끝에 감정가 1억2500만원보다 6000만원 이상 높은 1억8890만원에 낙찰됐다.(낙찰가율 151%). 14일에 경매에 부쳐진 광진구 중곡동 신원캐스빌은 감정가 1억1000만원에서 시작해 16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1억5367만원에 낙찰됐다.(낙찰가율 140%).

연립ㆍ다세대 강세 현상은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나타났다. 경기도는 낙찰률 75.6%, 낙찰가율 112.6%로 서울보다 높았다. 다세대가 넘쳐난다는 인천은 낙찰률 82.6%, 낙찰가율 113.4%로 경기보다도 오히려 높다.

9일 경매가 진행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의 지하 1 2평 다세대는 2200만원에 나왔으나 19명이 응찰해 592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이 무려 269%에 달했다. 10일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예술빌라(감정가 3000만원 )도 213%의 낙찰가율을 보이면서 637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많이 준 반면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규모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이들 주택의 경우 DIT(총부채 상환비율) 규제에 벗어나 있어 대출받기가 쉬운 점도 인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