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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제2 메가스터디 꿈꾸는 학원블루칩


지난 5월 초 세계적인 글로벌 사모펀드(잠깐용어 참조)전문회사 칼라일그룹이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토피아아카데미에 무려 2000만달러(약 186억원)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월 말 1차로 1100만달러(약 102억원)가 투자됐다.

2000만달러 투자가 완료되면 칼라일그룹은 토피아아카데미 2대 주주가 된다.

한국 사교육 시장에 외국계 대형 펀드가 직접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지난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칼라일그룹이 한국 교육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몇몇 회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해당 기업은 증시에 상장돼 있는 8개 교육 업체 중 하나일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전혀 하마평에 오른 적이 없던 토피아아카데미 이름이 나왔다.

전국적인 체인을 갖춘 대규모 교육기업도 아닌, 중계동을 기반으로 성장한 오프라인 중견 학원. 도대체 칼라일그룹이 무얼 보고 토피아아카데미를 선택한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토피아아카데미는 모 보습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김석환 대표가 중계동에 터를 잡고 세운 입시학원이 모체다.

특목고 대비 중등학원인 토피아아카데미와 초등영어 전문학원인 토피아잉글리쉬가 주요 브랜드. 이 외에 고등 입시학원과 논술 등 다양한 단과반을 운영 중이다.

중계동과 대치동의 직영 학원 2곳 포함 총 14개 캠퍼스를 통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300억원. 목동에 진출하는 올해는 400억원가량의 매출액을 기대하는 중이다.

원생은 1만명 이상. 직원 수는 강사 440명을 포함해 600여명이 넘어간다.

■ 95년 중계동에서 시작, 매출 300억원대 ■ 연세대 독문학과 85학번인 김석환 대표는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에 깊숙이 연루된 경력 때문에 정상적인 취업이 쉽지 않았다.

대안으로 선택한 길이 학원 강사. 소규모 학원에 취업해 영어 과목을 담당했다.

타고난 성실성과 화술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자 자신의 학원을 세우기로 한다.

95년 중계동에 ‘토피아보습학원’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중계동은 지금과 같은 ‘사교육의 메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파트 밀집 단지면서도 임대료가 주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중계동을 선택했다.

처음 맡은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생 18명. 학원 강사 대 학원 수강생이 아닌, 그야말로 친형처럼 이들을 뒷바라지했다.

11시까지 정규 학원 강의 시간을 마치고 나면 손수 라면을 끓여 먹이고 새벽 자습을 감독했다.

주말이면 이들을 야외로 데리고 나가 운동을 시키고 함께 여행도 하면서 주중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주력했다.

이 같은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18명 전원이 서울대, 연고대에 합격하는 결과를 일궈냈다.

이런 내용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거에 노원 지역 인기 강사와 학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99년에 지금과 같은 특목고 전문 중등학원으로 변신한다.

대입 시험 요강이 바뀌면 크게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대학입시학원에 비해 중등학원이 훨씬 안정감 있다는 판단 때문. 2000년에는 초등영어 전문학원도 열었다.

중등학원과 마찬가지로 초등영어도 안정성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분야. 성장성 역시 뒤지지 않는 터였다.

결과적으로 이때의 선택이 옳았음이 이번 칼라일그룹으로부터의 투자유치 성공으로 입증된 셈이다.

첫해에 서울 6개 외고에 64명을 합격시킨 데 이어 매년 서울 6개 외고 최고 합격자 배출 학원의 명성을 놓치지 않았다.

2004년에는 자립형 사립고, 과학고, 특목고를 모두 합해 244명, 2005년에는 341명, 지난해에는 435명의 합격자를 배출해냈다.

이런 명성을 바탕으로 현재 본원인 토피아아카데미 중계점에는 무려 3000명가량의 학생이 다니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 대치동 진출 대성공, 프랜차이즈 야망 ■ 중계점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05년에는 대치동에도 진출했다.

당시 대치동에서는 ‘중계동 촌학원이 들어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게다가 학과목별 소규모 전문학원이 중심인 대치동 시장에서 전과목 학원인 토피아가 쉽게 성과를 내기 힘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토피아는 첫해 100명의 중3 수험생 절반가량을 특목고에 합격시키면서 대치동 시장에서도 돌풍을 이어갔다.

현재 토피아아카데미 강남점은 대치동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학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토피아아카데미가 칼라일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은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기 위해서다.

조만간 개원 예정인 목동 캠퍼스를 비롯해 분당과 일산 등지에 직영점을 계속 세울 계획. 그동안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프랜차이즈 사업도 공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 메가스터디 모델을 본떠 온라인 중등 교육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놨다.

이 시점에서 다시 초기 물음표로 되돌아가보자. 칼라일그룹은 도대체 왜 많고 많은 교육기업 중 하필이면 토피아아카데미를 선택했을까. 웨인 츄 칼라일 아시아 성장자금그룹 대표는 “교육 사업은 경기순환에 민감하지 않아 안정적이다.

그중에서도 토피아아카데미가 성장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판단했으며, 투명성 측면에서도 믿을 만한 기업이라 판단했다”고 밝힌다.

토피아아카데미는 칼라일그룹이 요구하는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 초 4개 법인을 1개로 통합하기도 했다.

통합을 통해 보다 투명한 경영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도다.

또 김석환 대표 판단대로 특목고 대비 중등 교육시장은 현재 사교육시장 중에서도 가장 변동성이 적고 유행을 덜 타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18조원대로 추정되는 전체 사교육시장 중 고등이 4조원, 중등이 5조원, 초등이 9조원으로 중등·초등 교육시장이 고등 교육시장보다 더 큰 게 현실이다.

여기에 토피아아카데미의 밑그림대로 토피아 인기 강사들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중등 교육사이트가 대박이라도 일궈내게 되면 그 덕분에 창출될 부가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2000년 7월에 설립돼 2004년 12월에 코스닥에 상장한 메가스터디의 5월 10일 현재 주가는 16만600원.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므로 주당 가격이 무려 160만원이 넘어가는 셈이다.

국내 최고 블루칩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가가 같은 날 58만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교육 기업의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투명성을 향한 노력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칼라일그룹의 눈에 들었다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그동안 사교육 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암시장쯤으로 인식되면서 폄하되고 푸대접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 같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제도권에서 성장 가능성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만으로도 토피아아카데미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힌다.

▶ 잠깐용어 ·사모펀드: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 특정인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을 거래하는 펀드. 공모펀드가 동일 종목에 신탁재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는 반면 사모펀드는 100% 한 종목에만도 투자가 가능하다.

【 칼라일그룹은 어떤 회사?】 칼라일그룹은 56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사모펀드 전문회사다.

1987년에 창립한 이래 총 600건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

회장인 루이스 거스트너는 93년부터 2002년까지 IBM CEO를 역임한 전설적인 경영자이고 창립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외에 윌리엄 콘웨이, 다니엘 다니엘로 등 3명이다.

회사 이름 칼라일은 창립 멤버들이 모임을 가졌던 호텔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6월에 자본금 납입이 완료된 6억8000만달러 규모 사모펀드인 ‘아시아그로스파트너스Ⅲ’의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99년에 한국 사무소를 연 후 현재 반도체 설계 업체 ‘티엘아이’ 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 ‘플렉스컴’ 등 5개 업체에 투자를 하고 있는 상태다.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2004년 씨티은행에 매각, 7000억원의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현 대표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권준일씨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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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8 11:39: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