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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20조원 토지보상비 향방 휴면기 부동산시장 '뇌관'
부동산신문

2006년 각종 개발사업 풀린돈 "사상 최대 규모"
"보상금 20~30%는 땅으로"




심층취재 - 토지보상비와 공단 땅값 급등

연말과 연초에 수도권에서만 12조원 이상의 토지 보상비가 풀린다. 이 막대한 보상비는 11·15 부동산대책 이후 겨우 휴면기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에 파괴력 강한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SH공사 등은 택지개발 등에 따른 보상 대상인 땅 주인들이 “보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이 2배 이상 커진다”며 연내 보상을 요구함에 따라 가급적 연내 토지보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일부는 2007년 초로 미뤄질 수도 있지만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방출될 토지보상금은 무려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에 택지개발사업, 도로건설, 산업단지개발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시중에 풀린 토지보상비가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도권에만 무려 12조원이 풀렸다. 또 2007년에는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토지보상 규모는 10조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7조원이 현금으로 풀릴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교통부는 12월13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인천 영종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로 2006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한 토지보상비는 총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들어 행정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따른 토지보상비는 2003년(10조352억원)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이래 3년 만에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2007년에도 대구 등 전국 9개 혁신도시에 4조3000억 원의 토지보상비가 단계적으로 풀리게 되고 택지개발사업으로만 10조원의 토지보상이 예정돼 있어 전체 토지보상비 규모는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건교부는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한 ‘현물보상제’가 2007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는 2008년부터는 연간 토지보상비 규모가 10조원 대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 토지보상비, 수도권에만 연내 12조원 풀려

수도권에 풀릴 토지보상비를 세부적으로 보면 ▲토공은 영종지구 등 6개 지구에서 9조4000여억원 ▲주공은 오산세교2지구 등 6개 지구에서 2조～2조5000여억원 ▲SH공사는 3개 지구에서 8000여억원의 보상금을 각각 지급한다.

토공은 이미 2조4000억원 규모의 보상비가 지급되는 고양 삼송지구에 대한 보상에 착수했으며, 인천 영종지구의 경우 보상금 산정을 마치는 12월말부터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토지보상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토공은 앞서 지난 12월4일 4342억원에 이르는 화성 향남2지구에 대한 보상비 지급을 시작했다.

주공 역시 국민임대주택단지의 보상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연내 보상에 착수키로 했다. SH공사는 서울 우면2지구와 강일2지구, 세곡지구 등의 보상을 12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토지주와 협의 계약 시 보상 계약체결과 동시에 소유권이전 등기 이후 한 달 안에 보상금 지급이 완료된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 과세기준이 2007년부터 실거래 가격으로 바뀜에 따라 주민들의 연내 보상 요청이 쇄도했다”며 “사업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택지를 조기에 공급하면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대한 보상비가 시중에 한꺼번에 풀리면 11·15 대책이후 소강상태를 보여 온 집값 등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연말 연초 수도권으로 풀리는 12조원 이상의 보상비 중 상당액이 또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MK 진명기 대표는 “그동안 상담결과를 보면 토지보상을 받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보상지 주변의 토지를 매입한 뒤 남은 돈으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일찌감치 거액의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다시 흘러들어 집값·땅값 불안을 부추기는 것을 막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행정·혁신·기업도시 등 국가균형발전대책과 신도시, 경제자규구역, 국민임대주택단지 개발 등 보상비 지급수요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시중에 부동산 시장을 넘보는 유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보상금이 대거 풀려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참여정부가 서민 집값 안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사업을 벌여 집값 땅값 불안을 확산시킨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 지주들, 보상금 담보로 대출해 주변 땅 사들여

‘영종도 보상금 5조원을 잡아라’ 요즘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중구 영종도 공항신도시 도심 곳곳에는 ‘보상업무를 도와 드립니다’ ‘보상채권 높은 가격 매입’ ‘무료 세무 상담 및 투자 상담’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다수 은행 증권회사들은 12월부터 풀리는 천문학적 보상금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보상 상담센터를 잇달아 문을 열었으며, 상당수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보상금 담보대출 상담’이라는 큼직한 안내문을 내걸었다.

인천경제특구인 영종도에 투기광풍이 불고 있다. 인구 12만명을 수용하는 영종지구(578만평)가 2007년부터 본격 개발을 앞두고 모두 5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이 풀리기 때문이다. 단일 사업보상액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이다.

영종지구 토지 소유주들은 약 5800명. 이들은 가구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백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토공은 토지내역과 보상 액수 등을 개별 통보한 뒤 12월15일부터 개별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심리로 인해 영종도는 물론 인접 시도·신도·장봉도 등까지 땅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영종도의 경우 공시지가로 평당 100만～150만원선을 호가하고 있으며, 인근 섬들도 평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공항신도시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땅을 구입하겠다는 외지인들의 전화가 평일에도 10통이 넘게 오고 있지만 매물이 없다”며 “일부 토지주들은 미리 보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근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했다”고 귀띔했다.

공항신도시 등 영종도 지역의 경기도 벌써부터 타오르고 있다. 식당과 술집 등에는 손님들이 넘치고 상가 등의 편의시설도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주거 밀집지역인 인천 중구 운서동 공항신도시 내 식당과 술집 등은 밤늦게 까지 흥청대고 있었다. 주민 K씨(45)는 “공항신도시 내 먹고 마시는 업종은 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점과 상가 점포 등도 2007년부터 문을 열거나 준비 중이며 국내 금융기관과 증권사들은 보상금을 잡기 위해 영종도로 몰려들고 있다. 12월 들어 우리은행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은 공항신도시에 지점이나 출장소를 개설했으며, 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궝 등은 문을 열거나 중비 중이다. 이들은 보상채권 매입 등 다양한 영업 전략을 세우는 등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영종지구 내 토지주인 L씨(47)는 하루에도 10번 이상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보상금을 예치해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금의 경우 주식보다는 부동산으로 유입되기 십상“이라며 ”수도권 일대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시화공단 부지 매매의 20～30%는 ‘투기성’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6년 들어 공장용지 매매가가 100% 가까이 오른 것은 2005년말부터 ‘투기’ 목적으로 공장을 사들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가격이 급등한 상태라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른바 ‘복부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들이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몰려다니며 공장을 사들였다”며 자신도 몇 건을 소개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주로 500평 미만의 소규모 필지로 총 금액이 30억원을 넘지 않는 공장 땅을 원한다는 것. 이들은 공장 건설을 하려는 실수요자(중소기업자)들이 상식적으로 묻는 공장 층고(層高)나 출입구 면적, 호이스트 배치 여부 등에 대해선 무관심한 편이라 금방 구별이 된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동공단이 송도신도시와 가까워 언젠가는 서울 디지털벨리(옛 구로공단)처럼 빌딩 군으로 변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경기도 시흥의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기계업을 하는 K사장은 "올 들어 이 공단에서 이뤄진 공장매매의 20～30%는 공장을 실제 운영하지 않을 일반인들이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산업단지들의 공장용지가 이처럼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중의 갈 곳 없는 ‘투기성’ 부동자금이 몰려들어 공단용지 값을 크게 상승시키며 중소 제조업체들의 투자에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6년 들어 땅값이 가장 큰 폭으로 뛴 동남공단의 경우 주변지역 개발호재가 많은 데다 ‘공단이 상업지역으로 바뀐다’는 헛소문까지 가세하면서 일반 주부들까지 1억～3억의 소액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장용지 값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금융권이 지목되고 있다. 경쟁심화로 이전과 달리 공장 확보를 위한 시설자금을 쉽사리 대출해 주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남동공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신용도가 좋은 중소기업이 찾아 가더라도 시설확충 비용 대출 한도인 80%까지 받기가 어려울 만큼 대출심사가 까다로웠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누가 봐도 공장운영 뜻이 없는데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이는 일반주부들이 시설자금 명목으로 80%씩 대출을 받아오곤 해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 만일 9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up)계약서’를 쓸 경우 매매를 한 것으로 본인 자금 1억 원만 투자하면 20억 원짜리 공장을 살 수 있어 가격 상승을 노린 사람들이 달려들기 좋은 상태였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직접 공장운영을 하지 않고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대출을 끌어다 땅을 산 경우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남동공단에서 2006년 300평 대지에 200평짜리 공장을 15억 원에 샀을 경우 매달 최하 800만원의 대출이자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공장을 임대할 경우 대출이자의 절반 정도인 매달 400～500만원의 임대료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 정부, 땅 보상비 중 현금은 줄이고 현물 추진

토지보상비는 양날의 칼과 같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려면 택지를 개발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토지보상비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토지보상금 지급은 부동자금을 그대로 풀어놓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어, 그 자체가 집값 불안요인이 된다. 정부가 마련 중인 대안은 현금보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부터 토지보상법 시행령이 개정돼 수요토지의 보유자가 부재지주일 경우, 1억 원 까지만 현금으로 보상하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보상하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 할인율이 높지 않아 시중에서 손쉽게 현금화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현지 주민에게는 100% 현금 보상이 이뤄지고 있어 애초부터 한계가 뚜렷했던 정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들어 현물 보상의 대폭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물 보상은 토지 수용 대가로 현금 대신 해당 공익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나 주택, 상가 등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 이같은 환지 보상방법은 도시개발사업이나 택지개발촉진법상 이주자 택지 등에는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 토지보상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아 정부는 조만간 토지보상법을 개정해 2007년 상반기 중엔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관계 부처간 협의를 통해 토지보상금이 시중 유동성 확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현물로 보상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지보상비 현물보상 방안은 건교부 실무진에서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현물 보상액은 20～30% 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윤홍 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

부동산신문 (renews@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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