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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정부의 리모델링에 대한 접근은 지금까지는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리모델링 장려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에 대해 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한국에서 리모델링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2001년이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리모델링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에서 리모델링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나 입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별로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건설교통부의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이와 관련해 "아파트 재건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 아파트 리모델링은 사회적 자원 낭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전용면적 30% 증축을 수반한다 하더라도 재건축 비용의 50% 정도만 드는 `부분 리모델링'은 필요하다면 세제나 건축기준 등에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아파트 값이 뛴다면 현재의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를 재건축 규제처럼 더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고 추가 활성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군구청의 건축위원회가 리모델링에 대해 일부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며 그것을 규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지은 아파트들이 계속 노후화하고 있는데 이런 노후 아파트 적체현상을 해결하는 정부 정책은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에서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 정부 조치 = 정부는 2003년11월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의 80%만 동의하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05년9월에는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고 1개층을 필로티로 할 경우 1개층 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필로티(pilotis)란 "지상층을 일반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자동차의 통행을 위하여 개방하는" 건축형식이다.

즉, 거주나 사무실 공간은 지상을 왕래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동선(動線)에 방해되지 않는 2층 이상에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2004년말 리모델링 아파트 전용면적을 최대 9평까지만 늘릴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리모델링이 별로 활성화되지 않자 1년도 되지 않아 '최대 9평' 규정을 뺐다.

평수에 상관없이 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따라 전용면적 18평은 5.4평, 25.7평은 7.7평, 35평은 10.5평까지 평형을 넓힐 수 있게됐다.

정부는 올해초 다시 리모델링 허용 아파트 기준을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에서 15년 된 아파트로 단축했다.

또 계단, 엘리베이터, 1층 로비 라운지 등의 공용부분은 증축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전용면적의 증가가 없는 경우는 현행대로 사용검사 후 10년만 경과해도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상복합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시 상가 등 주택 외의 시설 소유자도 조합원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그 전에는 아파트 소유주만 조합원으로 인정돼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가 주인과의 마찰을 빚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게 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리모델링 장려책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리모델링이 쉽도록 짓는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건축조례 '를 개정했다.

개정된 건축조례는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 때 20∼30년 후 리모델링이 쉽도록 라멘 구조를 채택하고, 디자인을 독특하게 하면 최대 1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신축 아파트들은 벽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 구조여서 리모델링이 쉽지 않지만 기둥과 보로 건물을 지탱하는 라멘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리모델링이 더욱 쉬워진다.

개정안은 또 이런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층고도 20%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의 김효수 주택국장은 "중앙정부는 집값 안정화 차원에서 재건축을 리모델링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도 장기적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신축아파트를 지을 때 리모델링이 쉽도록 하면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 평가 =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비용절감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동우 교수(아주대ㆍ건축학)는 "지금 정부의 리모델링 정책에는 충분한 인센티브(유인책)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인센티브는 훨씬 더 늘어나야 하며 우리 (리모델링) 연구단의 2차년도 연구가 끝나면 여러가지 리모델링 활성화 조치를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는 노후공동주택 구조 및 설비 성능개선연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신 교수는 "경제적 측면으로 봐서 세대를 추가할 수 있다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경제적 동인이 될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음향, 구조측면과 내진 보강 등을 위한 비용이 급속히 하락하지 않는 한 리모델링 활성화는 어렵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이 사회적 자원 낭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는 20-30년 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자원 낭비가 될 수도 있다"면서 "리모델링도 자원 낭비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비용의 50%만 갖고도 신축 건물의 80% 정도의 설비 편의성과 구조 안전성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모든 건물이 재건축 쪽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정부가) 많이 유도해야 한다"면서 "지금 정부의 조치를 보면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조금씩 물꼬를 터주는 정도이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하라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또 "2년 전에 정부가 리모델링의 증축면적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할 때에도 일부 당국자들은 리모델링이 혹시 주택가격 상승에 어떤 작용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이런 것을 보면 아직도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철학이 별로 강력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50-70년은 견딘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면 집을 100년 정도는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재건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을 낭비라고 보는 건교부 측의 입장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그런 리모델링을 낭비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면 재건축도 이미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쌓이는 노후 아파트들에 대한 정부 정책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재산가치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보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높은, 그래서 공사비가 비싼 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자체도 역시 하나의 시장흐름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정부도 그런 것을 억지로 틀어막으려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리모델링이 서울등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다른 지역들로 확산하려면 그런 고가의 리모델링이 리모델링의 주 방향이 되면 안된다"면서 "기업들도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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