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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팔겠다" 계약해지 속출
매일경제 2006-11-05 22:02:00


◆11ㆍ3 부동산 안정대책 문제점◆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계약을 했다가도 번번이 해지를 당하는 통에 아예 집 살 생각을 포기했어요."


"다시는 푼돈을 벌고 싶지 않습니다. 벌면 뭐 합니까. 며칠새 집값이 수천만 원, 수억 원이 오르는데…."


내집을 마련하겠다며 한푼 두푼 자금마련에 나섰던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값이 1~2주일 만에 '억'대가 뛰면서 "이젠 포기하고 싶다"며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편 직장 때문에 인천으로 이주한 주부 K씨(35)는 요즘 매일 밤잠을 제대로 못이룬다. 자신이 전세로 들어 있는 집의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전세로 그냥 있자니 영영 내집마련이 힘들 것 같고 대출을 받아 사자니 부담이 너무 크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모은 돈과 퇴직금 등을 모두 털어넣어도 집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 속이 터지는 것은 외환위기 때 돈이 없어 1억6000만원에 급하게 판 잠원동 아파트가 이젠 7억~8억원을 오가고 있다. 한때 4억원까지 올랐을 때 거품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려보자 했는데 집값은 빠질 줄 모르고 치솟아 버렸다.

K씨는 "내집 마련은 이제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며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다시 푼돈을 벌고 싶지 않다"며 "며칠 사이에 수천만 원이 오르는 데 벌면 뭐해요"라고 반문했다.

돈을 꿔서라도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서민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집값이 터무니 없이 오른 데다 막상 사려고 하면 계약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일쑤여서다.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이 모씨(39)는 최근 발생한 일을 떠올리면 억장이 무너진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지난달 큰 맘 먹고 강동구에 30평형대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런데 정부의 신도시개발 계획 발표가 난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호가가 불과 1주일 만에 무려 1억원 이상 치솟으면서 집주인이 갑자기 해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 이씨는 "친구ㆍ친척들과 집들이할 계획까지 다 세워놨는데 졸지에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주간 송파구, 과천 등 서울ㆍ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집값이 이상폭등하면서 아파트계약에 대한 '무더기해약'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입주날짜가 임박한 가운데 집주인들이 갑작스레 연락을 두절해 입주예정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송금받을 계좌를 폐쇄하고, 그 동안 지급받은 중도금을 부동산중개사무실에 던지다시피 맡겨놓곤 '잠수'를 타는 매도자도 적잖다.

◆ 계약해지 권고하는 중개업자

=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집주인에게 계약해지를 권고해 불에 기름을 붓기도 한다.

회사원 M씨(37)는 2004년 말 서울 광진구 노유동에 있는 25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구입했다. 한강변에 있는 이 아파트의 당시 매입가격은 2억2000만원.


M씨는 2년이 지난 올해 10월 초 자금이 필요해 2억5000만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2500만원을 받았다. 잔금일은 중도금 없이 두 달 후인 12월 초.


그런데 최근 시세가 널뛰기를 하면서 매매하기로 한 아파트의 시세가 3억원을 웃돌자 M씨는 차라리 계약해지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도 M씨에게 "얼른 해약하고 새로 계약하는 게 더 낫다"고 부추겼다. M씨는 "직장인이 2000만원 이상 돈을 모으려면 통상 2~3년 걸린다"며 "해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M씨는 "계약해지 때문에 일시적으로 돌려막을 돈을 구하기 위해 은행에 들러 대출상담을 받았는데 요즘 계약해지는 다반사라고 대출담당자가 말하더라"고 전했다.

◆ 묻지마 매수세 호가급등

=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 일각에선 그야말로 '묻지마'식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최근 보름 만에 호가가 1억원 이상 뛴 아파트도 적지 않다.

정부가 검단 신도시 개발과 파주 신도시 확대 등을 발표한 데 이어 3일에도 신도시 분양가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도 시장에선 의구심 어린 눈길을 보낸다. 실제로 지난주에도 아파트값은 정부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수도권 모두 한 주 만에 1% 이상뛰었다.

지난주 아파트값은 구리(1.93%), 김포(1.91%), 수원시(1.9%), 서울 강동(1.97%), 금천(1.78%), 강북(1.46%) 등에선 거의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 강동구를 빼면 그 동안 집값 상승대열에서 소외됐던 곳이란 점에서 시장에선 추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택 실수요자는 불안심리가 극에 달해 공황 상태다.

◆ 가격격차 커 매매 실종

=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뛰면서 매매는 오히려 실종됐다.

개포동 태 양공인 관계자는 "모두들 집을 사겠다고 난리지만 매물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고 가격도 한 달 전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게 상당수"라며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사이에 집값 격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11억5000만원, 34평형은 13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자 사려는 사람도 눈치를 보며 매수를 미루기도 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여름에 비해 31평형은 1억~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며 "평형별 매물이 1~2개에 불과하고 거래도 뜸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