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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가진게 죄” 깊어가는 한숨



지난해 초 영종도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약 4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인 김모(37ㆍ인천) 씨는 요즘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장래 가치가 유망하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이면계약까지 맺고 덥석 매수했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분양권 거래 자체가 실종돼 본전조차 건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미 인천 시내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 분양권이 팔리지 않아 내년 초 소유권 등기가 이뤄지면 1가구 2주택자가 돼 추후 매도 시 50%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이 임박했지만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지난해 말 선거를 전후해 나타났던 반짝 장세도 이내 수그러들었다. 신정부가 분양 아파트의 전매 제한 및 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신호를 어떻게든 시장에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단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해 무리해서 서울 잠실 시영아파트 재건축 입주권(109㎡ㆍ33평형)을 9억원에 산 이모(45ㆍ서울 노원구) 씨는 요즘 대출금 이자 상환으로 등골이 휠 지경이다. 월수입 350만원으론 생활비와 두 아이 교육비에다 2억5000만원의 대출금 이자를 갚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 버티다가 안 되면 본가와 처가에 손을 내밀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월 파주에 기존 105㎡(32평형) 아파트를 구입한 이모(45ㆍ광주) 씨 또한 최근의 거래 공백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경기도 광주에 본래 가지고 있던 24평형의 아파트를 올 9월까지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데,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팔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씨는 끝내 팔리지 않을 때는 시골에 계신 아버지에게 주택을 넘기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인천과 고양에 중소형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박모(45ㆍ파주) 씨는 “두 채를 모두 합해도 4억원이 채 안 되는데 획일적인 50% 양도세 중과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현실성 없는 분양권 전매, 양도세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공급 주체인 건설사들의 분위기 또한 삭막하긴 마찬가지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무차별적인 물량 폭탄을 투하한 데 따른 후유증으로 11만여가구에 달하는 미분양물량 처분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구매자들은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좀처럼 매수에 나설 태세가 아니다. 중도금 무이자, 무료 발코니 확장, 계약금 5%, 분양 원금 보장제 등 각종 파격조건을 내걸어도 계약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예 올해는 신규로 분양물량을 내놓기보다는 쌓여 있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 해로 삼겠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박인호ㆍ정순식 기자(su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