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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가 반한 고덕동
새 영화 '순정만화' 고덕2동 주민센터에서 촬영

제작진 "둘러본 서울 주민센터 중 가장 아름다워"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서울 강동구 고덕2동 주민센터 전경. 차도와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푸른 숲이 우거져 있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정지섭 기자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야트막한 나무숲과 가운데로 난 계단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하굣길의 어린이와 중학생들의 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드가 하나씩 들려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2동 주민센터 앞 풍경은 한 폭의 잔잔한 수채화 같다. 이 고즈넉한 동사무소를 배경으로 지금 정말 수채화 같은 영화가 한 편 만들어지고 있다.

올가을 개봉 예정으로 작업이 한창인 영화 '순정만화'. 그 제목에서 많은 사람이 '아~ 혹시?'라며 무릎을 칠지 모른다. 그 '순정만화'다. 2003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미디어 다음'에 연재되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풀 원작 만화다.

2005년 10월 연극으로 만들어져 관객 몰이에 성공한 이 '순정만화'를 이번에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류장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외로움'이라는 껍데기를 조금씩 벗고 서로에게 가까워지다 예쁜 사랑으로 발전하는 서른 살 직장인 '김연우' 역에 유지태가, 열여덟 여고생 '한수영'으로는 이연희가 나온다. 이들과 함께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연하남 '강숙' 역에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 그가 짝사랑한 일곱 살 연상 여성 '권하경' 역은 채정안이 캐스팅됐다.

▲ 영화‘순정만화’에서‘권하경’역을 맡은 배우 채정안./강동구 제공왜 만화에 없는 동사무소가 주 촬영 무대가 됐을까? 만화를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설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연우는 동사무소 직원으로 바뀌었고, 미술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이던 강숙도 나이를 스물두 살로 올려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이 됐다.

영화 제목에 맞춰 동네 이름은 가상의 동네인 '순정동'으로 바뀌었고, 고덕2동 주민센터에도 촬영 때는 새로 만든 '순정동사무소' 간판이 걸린다. 하지만 햇살과 한강 물결, 선사 주거지를 담은 강동구 로고는 그대로 살렸다. 영화를 통해 강동구에 새로운 동네가 생긴 셈이다.

'김연우'와 '강숙'이 직장 동료로 일하는 '순정동사무소'는 자연스레 영화의 중심 공간이 됐고, 영화에서는 주민센터 직원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창구에 앉아서 민원을 처리하는 배우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제작사 ㈜렛츠필름이 작년 11월 고덕2동 주민센터측에 촬영지로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관할 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흔쾌히 협조를 약속했다. 정희진 고덕2동·강일동장은 "제작진이 서울 동 주민센터의 90%를 훑고 다녔는데 우리 건물이 가장 아름다워 영상에 담기에 제격이라고 말해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순정(純情)'이라는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동네라는 것이었다. 첫 촬영이 있었던 지난 6~8일 조용했던 주민센터는 80여명의 제작진과 이를 구경하려는 동네 주민들과 슈퍼주니어 소녀팬들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한 장터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다음달에는 동사무소 바자회 장면 촬영이 예정돼 있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됐던 동네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MBC TV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나온 마포구 대흥동 택시정류장, '커피프린스 1호점'에 등장한 종로구 부암동의 카페 '산모퉁이' 등이 좋은 예다. 강동구는 영화 '순정만화'를 통해 '순정동사무소'의 실제 배경인 고덕2동주민센터 역시 낭만적인 명소로 떠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5호선 상일동역에서 나무가 무성한 고덕주공 2단지 아파트단지를 따라서 동사무소 가는 길은 여느 산책길 못지않게 아름답고 호젓하다. 강동구는 "영화 개봉과 맞물려 촬영 배경지인 고덕동 일대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6.29 22:01 / 수정 : 2008.06.29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