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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유가상승 부작용 줄었다” 금리인하 시사





한국은행은 24일 우리 경제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온 국제유가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최근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혈압(물가)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 침체)부터 막아야 한다”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지난 23일 발언으로 대변되는 것으로, 사실상 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유가 상승 충격의 요인 분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2000년대 들어 크게 감소했다.


1, 2차 오일 쇼크가 포함된 1970~99년 30년간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GDP 성장률은 연간 0.4%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5%포인트 상승했지만 2000~2007년에는 GDP 성장률 0.1%포인트 감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로 크게 약화됐다.


특히 2000년 이후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영향은 단기간(1분기 후)에 소멸되는 것으로 분석돼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내리더라도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유가는 전쟁ㆍ지정학적 리스크 등 공급요인과 세계 경제 성장 등 수요요인에 의해 주로 결정되고, 공급 제약 및 투기적 요인에 기인할 경우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수요 증가가 원인인 경우는 유가 상승과 함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


한은의 분석 결과, 1, 2차 오일 쇼크 당시 유가 상승의 수요요인 기여율은 각각 26.1%와 29.7%에 불과해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3~2007년의 수요요인 기여율은 70.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즉 최근에는 수요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커 유가 상승과 함께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며 세계 경제 성장은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생산성 향상이 수반될 때는 전반적인 제품 가격 하락을 통해 물가 상승 부담이 완화된다는 논리다.


결국 한은은 신흥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생산 증가 및 물가 상승 부담 완화), 석유 의존도 하락 및 에너지 효율성 증대(생산비 부담 감소),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임금 상승 억제), 중앙은행 신뢰성 증가(기대 인플레 안정) 등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결론지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