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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김병준 정책실장이 물러나게 되었네요. 김 실장은 몇가지 공에도 불구하고, 경제 면에서는 식견이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원래 지방자치를 전공한 행정학자 출신이었기에, 시장경제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지만, 이로 인해 빚어진 잘못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두가지만 지적합니다.

첫째, 정부가 시장과 싸워서 이기려고 시도하였습니다. 물론, 정부가 온갖 수단을 다 쓴다면 시장을 이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이겨서는 이미 시장경제가 아닙니다. 38선 너머 황당한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차이가 없어지고 맙니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장이 실패하는 영역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주인공은 시장이고, 정부는 조연입니다.

정부가 어떤 이유를 내세워 시장을 이기려 드는 것은 마치 곱사등이 고친다고 엎어 놓고 메로 치고자 하는 격과 같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등뼈를 곧게 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곱사등이의 장애를 줄여서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 주는 역할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어제 발표했다는 '주택자금조달 계획서'와 같은 발상은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생각하기도 힘듭니다. 차라리 주택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를....

둘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격 전망을 지나치게 자주하더니,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침내 가격 수준의 적정성 여부, 거품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공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는 가격의 변동율을 공표할 수는 있습니다. 객관적 자료이니까요. 그러나, 정부가 가격 수준이 거품이다, 아니다 적정하다 하는 주관적 사항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는 절대 금기입니다.
거품 여부는 오로지 시장만이 판단합니다. 시장 스스로 거품 여부를 판단하여 거품이 있을 경우는 가격을 낮추고 적정할 경우에는 균형을 잡고 안정을 찾습니다.

만일, 정부가 주식 가격의 거품 여부, 외환 가격의 거품여부, 돈 가격(금리)의 거품 여부, 동산 가격의 거품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란 시장경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상승율과 같은 객관적 사실만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사 가격수준이 적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조용히 이에 대한 보완 대책만 준비하면 됩니다. 정부는 시장을 보완하는 대책 마련이 본연의 임무입니다.

만일, 주관적 사실을 국민 대표기구인 정부가 공표했다가 나중에 공표사실이 맞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로 인해 실추되는 한국 정부의 공신력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마치 네티즌 처럼 '아니면 말고'하지는 못합니다. 권한이 부여되었기에 이에 상응한 책임 문제가 수반됩니다.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시장에 참여하는 무수히 많은 경제주체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시장 그 자체가 잘 작동하도록 판을 짜고,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지, 시장 자체를 정부 스스로가 대체하려고 나서서는 말도 안됩니다. 시장경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제, 경제 전문가가 김 실장 후임으로 온다고 하네요. 진정으로 시장 기능의 복원을 기대해 봅니다. 아니 정부 기능의 복원을 기대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시장경제의 원리와 그 가치를 망각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