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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향,서향,남향,북향 모두 다 좋다! ★


‘전 세대 남향 배치!’ 신규 아파트를 선전하는 광고 전단지에 자주 쓰이는 말처럼, 우리는 집을 구하는 데 있어 "향"이 어디냐를 중시하고 특히 남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풍수지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배산임수(背山臨水) 라는 말 정도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집 뒤에 산을 두고 집 앞에 시내를 두는 것이 좋다는 뜻인데, 남향을 했을 경우 집 뒤에 산이 있으면 겨울의 북풍을 막아 주어 따듯하다는 실질적인 의미도 있다. 그래서 집은 남향이어야 하고 더 나아가 남향이 아닌 집은 살 수가 없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어느 향이라도 다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동향이나 서향 혹은 북향이라도 그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1.동향: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집, 맞벌이 부부나 중고생의 자녀를 둔 경우에.

동향집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른 아침에 햇살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는 것이다. 대개 저녁 시간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인의 퇴근 시간은 언제나 늦고 중고생의 자녀는 학원 과외나 자율 학습 등으로 밤 늦게야 들어온다. 이런 경우 오히려 아침 시간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이므로, 생활의 중심 공간은 거실보다 주방과 식당이 되고 향 또한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동향이 바람직하다.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 중고생 등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낼 식구들이 이른 아침 동향의 식당에 다 함께 모여 햇살을 가득 받으며 식사를 같이 하는 모습, 하루 중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다.

2.서향: 따듯한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는 집,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는 경우에.

서향집의 특징은 오후의 햇살이 깊숙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래 과거에는 여름에 덥다는 이유로 기피했는데, 요즘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있어 따가운 햇살을 막을 수 있고 또한 에어컨 설비가 보편화되어 여름의 일사도 견딜만한 것이 되었다.
대신 봄이나 가을 특히 겨울에는 오후의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대개 정오를 넘겨 두 시에서 다섯 시까지의 따듯한 햇빛이 깊이 들기 때문에, 서양식 주택에서는 응접실이나 간식을 먹는 방을 서향에 두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가 있는 경우,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와 있는 거실에서 간식을 먹는 기분은 누구라도 행복할 것이다. 참고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서향이라서, 오후 3시가 되면 햇빛이 가장 깊이 들어오는 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티타임을 즐긴다. 아닌게아니라 영국에서는 오후 3시를 차 마시는 시간으로 아예 정해 놓았고 티룸(tea-room)은 항상 서향이다.

3.남향: 가장 무난한 집, 노인이나 유아 등 온종일 집에 머무르는 사람을 위해.

전통적으로 남향을 선호했던 이유는 햇빛이 하루 종일 잘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름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 해가 얕게 들고 겨울에는 고도가 낮아 해가 깊숙이 들어 냉난방이 절로 된다는 천혜의 장점이 있기도 했다.

사실 옛날에는 냉난방 설비가 미약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길쌈이나 베 짜기, 농기구 손질 등 모든 일이 가내에서 소규모로 행해졌기 때문에 농가의 앞마당은 생활의 터전이었고 그러기에 온종일 햇빛이 잘 들어 난방이 절로 되는 남향을 선호했던 것이다. 현대에도 노인이나 유아 혹은 주부 등 집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면 남향의 집이 바람직하겠지만, 그 외 맞벌이 부부나 중고생, 직장인 등 낮 시간에 집에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굳이 남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4.북향: 전망이 아름다운 집, 재택근무나 연구 활동,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사람을 위해.

가장 좋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북향에도 장점은 있다. 태양의 고도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가 적기 때문에 집에서 주로 연구나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집이다. 건축 계획상 북향에는 서재나 취미실 등을 두라고 했는데, 책, 그림, 오디오를 비롯한 각종 기기류 내지는 와인 등 식물과 사람을 제외한 모든 물품과 식료품은 직사 광선을 받으면 별로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신이나 자녀 없는 부부가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 또는 집에서 재택근무나 연구 활동에 몰두하는 경우에 추천할 만한 집이다. 북향집의 경우에 창 밖을 내다보면 보이는 풍경은 남향이다. 따라서 아침과 정오, 석양 무렵에 각기 따른 표정으로 변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향을 중시한 반면, 서양에서는 전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트라는 서양식 주거가 도입되면서 냉난방 설비가 좋아지고 생활 양식마저 서구식으로 변 ？보니 점차 향 보다는 전망을 중시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한강 조망 가능’ 이라든지 ‘아름다운 숲이 보이는 집’ 혹은 ‘서울의 야경이 한 눈에’라는 문구들이 요즘 아파트의 광고 전단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대로 남향뿐 아니라 동향이나 서향, 북향에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굳이 남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족의 구성원은 어떠한가, 어느 시간대에 집에 모두 모이는가 등을 따져 본다면 오히려 동향이나 서향, 북향이 훨씬 더 아름다운 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