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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태풍<상>] 전문학원 급증, 방학특강 장사진… 초등학생까지 "배우자"

대치동·목동·중계동 '사교육 빅3' 르포
"합격 좌우한다는데 어떻게 준비하나…"
'사지선다형' 부모들 갈피 못잡고 '불안'
팀장=양근만기자 study@chosun.com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입력 : 2005.07.13 19:12 46' / 수정 : 2005.07.14 02:36 56'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한 독서논술 전문기관이 주최한 대입논술설명회장은 400여명의 학부모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도봉구 방학동에서 왔다는 김전숙(44)씨는 “논술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하도 많이 나와 갈피를 못 잡겠다”며 “직접 듣고 논술이 뭔지 알아야 아이들(중2, 고2)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 친한 엄마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온 논술 전문가가 논술 채점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설명회장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양 수첩에 적느라 바빴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영화(41)씨는 “논술이 대학입시를 좌우한다고 해 처음 와봤다”며 “요즘 엄마들끼리 모이면 논술 얘기뿐”이라고 말했다.



▲ "애들아 엄마가 논술비법 배워올게" 12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입논술 및 서술형 평가에 대비한 독서논술 지도방법'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학부모들은 노트 필기도 했다.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논술이 교육문제의 최대 화두(話頭)다. 상위권 대학들이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강화키로 한 데다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출제방침을 둘러싼 본고사 논란이 논술에 대한 관심을 ‘태풍(颱風)’ 수준으로 증폭시킨 것이다. 본지 교육팀이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서울의 사교육 ‘빅3 시장’을 현장 점검했다.


◆학부모들, 논술 관심 폭발


서울에서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논술과 관련한 설명회·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논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던 학부모들, 심지어 초등학생 학부모까지 설명회장으로 몰리고 있다. 12일 강남구민회관서 만난 김수경(37)씨는 “논술 때문에 왠지 불안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 “아이 둘이 초등학생이지만 설명을 들어보고 지금부터 방향을 잡아 논술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목동 J논술학원의 학부모 간담회. 기껏해야 30~40명 예상했는데 130명이 몰리자 학원도 깜짝 놀랐다. 2008 입시를 치를 고교1년생은 물론 중학생, 초등학생 부모도 상당수다. 학부모들은 “도대체 통합교과 논술이 뭐냐” “학원에서 잘 배우면 잘 할 수 있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치동의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통합교과 논술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발빠른 학원들이 언어논술, 수리논술, 과학논술 등으로 세분화해 가르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 것.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수준이 맞는 아이들끼리 논술팀을 짜서 과외하는 계획을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논술시장을 잡아라, 학원들 논술특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수백 개의 입시학원이 밀집한 이곳에서도 최대 이슈는 ‘논술’이다. 최근 들어 초등학교 대상 학원부터 대입학원까지 논술강의가 강화됐다. 기존의 종합반에는 국·영·수 외에 ‘논술’이 추가됐으며, 언어·수학 등 단과학원들은 ‘교과별 심화학습＋기초논술’ 형식으로 수업방식을 바꾸었다.


이곳 H학원의 경우 논술전문강사만 60여명. 학생들이 쓴 글을 첨삭지도하는 대학원생들까지 합하면 160여명의 교수진이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새 대입제도가 발표된 이후 모든 학원이 ‘논술’을 중심으로 교과편성이 바뀌고 있다. 학부모들도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며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학원가의 논술강의 방식도 바뀌었다. 작년까지 논술은 수능이 끝난 후 고3 대상으로 6주 단기코스로 이루어졌지만, 올해부터는 연중 강의가 일반적인 현상. 강의도 과거에는 언어영역 교사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언어＋영어＋사탐’(인문계 논술), ‘수학＋영어＋과탐’(자연계 논술)의 논술로 세분화됐다. 소위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한 수업이다.


기존 학원들의 변신과 함께 중소 규모의 논술 전문 학원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독서논술 시장에 뛰어든 대교, 한솔교육, 대성학원 등 학습지업체와 대형 학원들도 최근의 논술 붐을 틈타 사업을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논술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학원들도 여름방학 논술특강을 경쟁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일부 는 일찌감치 마감된 상태다. 목동의 한 국어전문 학원 원장은 “원래 내신국어, 수능언어 위주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5주(주1회 3시간) ‘논술 방학특강’을 마련했다”면서 “주3회 국어수업이 한 달 20만원이었는데 25만원으로 책정했는데도 전화가 빗발친다”고 말했다.학원가 논술특수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부산·대구·광주시 학원가에도 여름방학을 앞두고 ‘논술전문’을 내세운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지역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앞다퉈 논술강좌를 개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고교교사는 “보습학원들도 논술학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