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강남대체 신도시’ 맞아?
[부동산뱅크 2005/02/04 - 조회:19,749]
동탄 비해서도 경쟁력 딱히 높지 않아
2004년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물량이 있다면 이는 단연 판교신도시다. 전체 282만 평 규모에 8만 7,000명이 거주하게 될 판교신도시는 강남지역 접근성이나 지구 내 들어설 벤처 단지 등을 감안할 때 단연 최고라는 찬탄이 나오게 하는 신도시다.
하지만 이런 판교신도시도 약점이 있다. 아니, 약점을 넘어서 ‘기대 이하’라는 의견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
판교신도시는 지난 2001년 개발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개발방향을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며칠간에 걸쳐 보도자료 싸움을 벌였을 정도로 탄생 초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당초 판교신도시는 서울 강남지역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 특히 2002년 국방부 소유지인 서울공항을 택지로 바꾸려는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자 판교는 교육대책까지 세워졌던, 말 그대로 ‘강남대체 신도시’로 개발하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손질을 받으면서 당초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평범한 택지지구로 전락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판교 소형주택 비율 35.2%, 동탄 세 배
영구임대주택 많아 향후 투자가치 ‘글쎄’
우선 15년 전에 분양한 5개 신도시를 능가하는 중소형평형 아파트 비율. 판교신도시 공급물량 중 중소형주택인 전용면적 25.7평 이하 물량은 전체의 72.4%에 달한다. 특히 소형주택으로 분류되는 전용면적 18평(분양면적 24~25평형) 이하 아파트 공급물량은 9,523세대로 전체 공동주택 공급량의 35.2%에 이르는 사실상의 ‘국민임대단지’ 이는 같은 제 2기 신도시로서 분양 막바지 단계인 동탄신도시의 소형아파트 비율 10.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 연립주택 467세대와 주상복합아파트 1,387세대를 제외한 순수 중대형 아파트는 5,611세대로 이는 전체 아파트 공급물량의 22.2%에 불과해 동탄의 24.2%에 못미친다.
최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웰빙주거문화가 정착되면서 40평형대 이상 중대형평형이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소형평형이 3/4을 차지하는 판교신도시는 투자가치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전망. ‘성공한 신도시’로, 판교가 인기를 누리는 근거인 인근 분당신도시의 중대형평형 비율은 35%를 넘고 있다.
실제로 분당, 일산, 평촌 등 10년 전에 입주한 기존 5개 신도시도 40평형대 이상 중대형평형이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상태.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11월 이후 2004년 말까지 분당신도시의 36~45평형대 아파트는 불과 2년 사이 평당 360만 원이 뛰었다. 반면 전체 공급물량의 5%선인 15평형 이하 초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혀 오르지 않은 양극화현상을 보인 것이 바로 단적인 예다.
또 분양전환이 되지 않는 영구임대아파트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판교에 공급될 국민임대아파트는 전체 6,333세대로 이는 전체 공급물량의 23.4%를 차지해 동탄신도시의 국민임대 아파트 비율인 15.2%의 1.5배를 넘어서는 수치. 이렇게 판교신도시는 당초 목표인 강남대체 신도시와는 크게 괴리되는 개발을 추진하게 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92~93년 사이 영구임대주택을 비롯해 소형아파트가 집중 공급된 수서지구는 평당 1,405만 원으로 강남구에서 가장 낮은 아파트 매매가를 보이고 있는 상태. 이는 강남구 평균 평당 아파트 매매가인 2,120에 무려 2/3에 불과한 가격이다. 수서지구와 동시에 개발된 인근 일원동 아파트가격이 평당 1,865만 원임을 감안하면 수서지구의 낮은 가치는 영구임대 물량이 많은 단지의 투자가치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판교, 아파트 인구밀도는 동탄과 차이 없어
엄격한 청약자격, 매매금지 기간도 투자가치 낮출 듯
판교의 높은 주거쾌적성을 증명하는 낮은 인구밀도 역시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다. 건설계획 상 전체 282만 평인 판교의 인구밀도는 ha당 95명으로 ha당 인구가 135명인 동탄 등 타 신도시보다 훨씬 낮은 수치. 하지만 이는 다분히 서판교 일대에 지어질 저층주택지에 힘입은 바 크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아파트만 따져볼 때 판교는 전체 공동주택지 면적은 총 161.99 ha이며, 수용인구는 8만 1,108명으로 이 경우 아파트용지 인구밀도는 ha당 501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공동주택지면적 205.81ha에 10만 3,778명이 거주해 ha당 504명의 인구밀도를 나타내게 되는 동탄신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이 같은 인구밀도 차이는 전체 면적 중 아파트 용지가 62%에 불과한 판교와 75%인 동탄의 차이일 뿐. 실제적인 아파트의 주거밀도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셈이다. 특히 서판교 일대가 120%선의 낮은 용적률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동판교는 평균 용적률이 200%에 이르는 동탄시범단지와 비교해도 딱히 주거쾌적성을 논하긴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층 강화된 청약자격도 판교신도시의 향후 전망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 전체 중소형평형 물량 1만 9,571세대가 입주 후 2~3년 동안 매매가 불가능하며, 이중 45%인 7,828세대는 40대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세대주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판교가 기대처럼 높은 수익률을 보일 단지가 되기 위해선 입주층이 바뀌는 입주 이후 최소 5년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예상 분양가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어 1억 ~ 2억 원까지 차익을 얻을 수 있으리란 장미빛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을 때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전용 25.7평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850만 원 선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 상한제의 근간이 되는 표준건축비가 평당 339만 ~ 359만 원으로 오르면서 이 같은 기대는 깨진 상황. 택지비가 비싼 판교의 경우 표준건축비 마저 올라간 만큼 분양가는 평당 1,050만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현재보다 분양가가 더 높아질 전용 25.7평 이상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2,000만 원에 이를 것이란 ‘웃어 넘길 수 없는’ 예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동산뱅크 이동훈기자/inkeiser@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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