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살펴본 정부대책 후 집값
[부동산뱅크 2005/09/01 - 조회:35,069]
정부대책 발표 후 6번 내리고, 5번 올라
석 달 여간의 장고 끝에 8.31종합 부동산대책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장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자신할 만큼 주택 및 토지 세제강화를 비롯한 시장 투명화 등 투기억제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0년 이후 주택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터져 나온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을 전후한 아파트값 변동률을 살펴보고, 8.31대책 이후 시장 동향을 가늠해 보았다.
2002년 ‘3.6대책’, ‘9.4대책’ 약발 잘 받아
‘5.21대책’, ‘8.9대책’은 오히려 기름 부어
지난 2001년 3월부터 서울시 아파트 값이 평당 10만 원 이상씩 오르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이듬해 2002년 ‘1.8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의 골자는 분양권 전매 및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 강남 5개 저밀도지구 아파트 재건축시기를 조정 하는 등 주로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목동, 송파 등 강남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산되자 정부에서는 3월 6일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이 대책은 분양권 전매제한, 분양권 세무조사 강화, 양도소득세 기준시가 상향조정,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3.6 대책’은 이전 ‘1.8대책’에 비해 비교적 알맹이가 들어있는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대책 발표 한달 후 서울지역 상승률은 5.77%에서 1.57%로 낮아졌다. 그 후 국민임대 주택 100만호 건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상환기간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5.12 서민주거 안정대책’이 발표됐으나 주택시장에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 해 여름이 되면서 주택시장은 또 한번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달새 평당 20만~30만 원씩 급상승을 했다. 정부는 이에 맞서 세무조사 강화, 양도세 기준시가 재조정, 재건축에 대한 절차 강화, 중도금 2회 납부 시 전매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8.9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대응했으나 역부족이었다.
‘8.9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국민의 정부는 한달 만에 ‘9.4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 대책은 청약제도 개선, 양도소득세 강화, 국세청 세무조사 강화, 재건축 기준절차 강화, 리모델링 활성화 등을 담은 한 장단기대책이었다. 즉, 청약1순위 재당첨 금지 등 사실상 경기부양책을 막 쏟아내던 1998년 이전 수준으로 정부정책을 되돌려 놨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률이 대책 발표 한달 전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집값 상승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참여정부 6전 3승 3패
10.29대책 후 매매가 첫 하락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8.31대책을 포함해 7개의 대책이 발표 됐다. 특히 2003년‘5.23대책’과 ‘10.29대책’이 부동산시장의 변곡점이었다. 2002년 ‘9.4대책’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2003년 3월 말 강동구 고덕주공1단지 안전진단 통과를 신호탄으로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후 강남지역 초기 재건축단지들이 동반 상승하면서 삽시간에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들이 10% 이상 뛰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3년 4월 말 강남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한데 이어 ‘5.23 주택시장안정대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 대책은 수도권 전역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 대해 분양권 전매금지를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은 전체 공정률 80%를 넘어야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후분양제를 도입했다. ‘5.23대책’ 발표 한달 후 서울 매매값 상승률은 2.56%에서 0.89%로 시장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5.23대책’과 7월1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으로 잠복상태에 들어갔던 아파트 값은 7월말을 기점으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8월에는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30평형이 7억 원까지 넘나들고 저밀도지구 아파트까지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재건축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9.5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시 소형평형의무비율을 60%로 늘리고,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금지시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 분당, 목동 등을 중심으로 중대형평형 아파트 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분당의 경우는 9~10월 동안 1억 원씩 오르는 아파트들이 속출했다. 대책 발표 한달 후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4.17%가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집값상승이 강남권 밖까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에서는 세제, 금융, 공급 등 동원 가능한 대책을 총망라한 ‘10.29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내놓 기에 이르렀다. 10.29대책에는 가수요를 잡기 위한 대책들이 총동원됐다.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중과, 주택거래신고제, 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등이 골자다. ‘10.29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들은 최고 1억 원 하락하기도 했다. 이 대책 발표 한달 후 서울지역 집값 변동률(-1.38%)이 2002년 정부대책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 동안 나온 부동산 대책들 중 가장 큰 성과를 이룬 것 이다.
‘10.29대책’ 약발 1년 넘게 지속
2005년 ‘2.17’, ‘5.4’는 미미
2004년 2월 4일 소비자의 주택선택권을 제한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투기를 양산하는 ‘주택 선분양제도’의 폐해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후분양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2.4활성화 방안’은 공공부문을 후분양 시범사업으로 우선 시행하고, 단계별로 분양 공정률을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또 민간부문이 후분양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29대책’에서 언급된 대책들이 시행되고 이에 따른 후속대책인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주상복합 20가구 이상 분양권 전매 등이 터지면서 2004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갔다.
2004년 숨죽이고 있던 집값은 2005년이 시작되자마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격상승 불씨는 판교신도시였다.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2,000만 원 안팎에 책정돼 입주 때 족히 3,000만 원 이상을 호가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강남을 비롯한 분당, 용인 등 판교 주변의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이와 맞물려 서울시가 잠원동 한신5차 단지에 대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10.29이후 주춤하던 재건축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정부는 재건축 단지에 대해 개발이익환수, 초고층 재건축 불허 등 재건축규제를 강화하고, 판교 2만 가구 동시 분양, 공공택지 채권∙분양가 병행 입찰제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2.17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판교 인근 용인, 분당, 평촌, 산본 등 주변 지역으로 상승열기 번져나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1가구 2주택자 비거주주택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2007년), 보유세 인상 등의 세제정책을 담은 ‘5.4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역시 강남을 시작으로 서울 수도권 전역으로 번진 집값 급등세를 꺽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책 발표 한달 후 서울 아파트 값은 4.03%가 올라 발표 한달전 상승률 1.15%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집값이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6월17일 판교신도시 공급 방안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이후 석달 남짓한 준비기간을 거쳐 공급확대, 세제강화, 서민주거안정 등을 골자로 한 `8.31대책'이 나오기에 이른다.
‘8.31대책’은 보유 및 양도세제 대폭 강화되고, 실거래가제도 도입으로 부동산시장 투명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국민임대단지 활성화 등 주택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세 실거래가 조기 도입에 따른 세부담 증가로 주택시장이 크게 움츠려들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 수도권 일대 집값을 1년 이상 묶어 두었던 10.29대책의 경우 1가구 3주택자 중과세 방안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은 모든 부동산 거래에 실거래가 과세 체계가 도입되는 것은 물론, 다주택 범위가 2주택 보유자로 확대되고, 실거래가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아울러 토지 세제도 강화될 예정으로 장기간에 걸쳐 파급효과가 커지는 한방처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새나오고 있다.
부동산뱅크 이정민 기자 leejm@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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