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 이렇게 대처하세요
[부동산뱅크 2005/05/23 - 조회:9,457]
모델하우스와 팸플릿을 보며 꿈에 젖어 있던 입주자들. 그러나 막상 입주했을 때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하자 때문이다. 어렵게 장만한 내 집, 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행 하자보수 제도에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자.
2004년 분당신도시 내 A주상복합에 입주한 이모씨. 새 아파트에 대한 부푼 마음을 안고 입주한 이모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심한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입주 한 달 후 보일러 배관이 터져 20일 동안 공사를 했지만 몇 개월 후 다시 고장이 났다. 방 안 가득 넘치는 물에 큰 불편을 겪었지만 시공사인 S건설은 한 번씩 들여다보며 보수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이었다. 이씨는 “좋은 여건에서 살려고 이사 한 건데 지금 생활은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건설사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A주상복합의 문제는 이것 뿐이 아니다. 모델하우스나 팸플릿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 마감재 때문에 입주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A주상복합 입주자들과 시행 · 시공사는 소송까지 갈 위기에 처했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시행사의 보상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A주상복합은 입주 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감재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시행 · 시공사와 협의 안 될 때는 ‘하자보수보증금’ 이용
이처럼 아파트 입주 후 하자보수 책임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시행 ∙ 시공사에게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보수 요구를 받은 시행 ∙ 시공사는 3일 이내에 하자를 보수하거나 보수일정을 명시한 하자보수 계획을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통보해야 한다. 입주자와 시행 · 시공사 간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등에 의뢰해 하자여부를 판정 받을 수 있다.
<하자 보주 중인 분당 A주상복합 정문 모습> <부동산뱅크 사진 DB>
시행 · 시공사가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거나 보수를 미룬다면 하자보수보증금 이용이 가능하다. 하자보수보증금이란 하자보수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사업자가 공사비의 3%를 금융기관에 예치해 놓은 것을 말한다.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하자보수보증금으로 다른 업체에 의뢰해 보수공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하자보수 금액이 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 초과 금액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해 하자보수보증금의 한계를 지적했다.
하자입증 책임, '입주자'들에게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
A주상복합의 경우 시행사가 “시공사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늦게나마 보상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행 · 시공사로부터 하자보수를 받거나 하자보수보증금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현행 하자보수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주자와 시행 · 시공사간 하자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은 시공되지 않은 경우나 질이 떨어지는 마감재로 시행한 경우 등을 모두 하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행 · 시공사는 누수나 결로, 파손 등만을 하자로 판단한다. 현행 주택법에서도 하자를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기능·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규정해 입주자들과 큰 시각차를 보인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문태현 주택·공산품팀 팀장은 “미시공이나 질이 떨어지는 마감재를 사용한 경우에는 하자로 인정되지 않아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분쟁 발생 시 하자에 대한 입증책임이 입주자들에게 있다는 것도 문제점. 건교부 주거환경과 전상억 주사는 “입주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입증책임은 당연히 입주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팀장은 “보증기간을 초과한 하자에 관해 시공 때부터의 결함을 입증한다든가, 마감재 질이 떨어지는 등 명확히 하자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입주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현재의 실태”라며 “사업자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고급화 바람에도 하자로 인한 입주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문 팀장은 “하자보수 관련 분쟁은 시행 · 시공사가 분쟁을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자를 전문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정 기관을 만들어 중재한다면 법적 분쟁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주택품질 보증제가 도입돼, 주택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뱅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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