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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속 강남을 찾아라-⑤여의도

[부동산뱅크 2006/06/12 - 조회:11,048]

‘너 여(汝), 어조사 의(矣)’ 너나 가지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여의도. 그 말을 한 사람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 모래 섬에 불과했던 척박한 땅, 여의도가 방송·금융계의 중심지로 거듭날지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실언을 했으니 말이다. 아찔한 빌딩숲 사이로 알토란 같은 주거지가 공존하고 있는 여의도를 둘러본다.



방송·금융업계 메카에 피운 색다른 주거문화



“사연을 보내주실 분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서함...” 한때 라디오를 즐겨 듣던 사람이라면 익숙할 법한 이 멘트는 여의도의 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 중 하나다.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국이 모두 모여 있는 방송의 중심지가 바로 여의도이기 때문이다. 현재 SBS는 목동으로 옮긴 상태지만 국민일보, 파이낸셜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신문사와 각종 DMB방송국은 굳건히 언론가의 맥을 잇고 있다.







여의도의 또 다른 얼굴에는 각종 은행, 증권사 등 금융업계가 자리잡고 있다. 약 40여 개의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해 금융감독원, 증권협회, 증권거래소, 전경련회관까지 각종 금융과 경제 관련 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 빽빽한 빌딩의 대부분은 은행, 증권사 건물로 쓰일 정도다. 이 밖에도 63빌딩, 국회의사당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건물들이 여의도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의 진가는 22개(분양권 1개 포함)에 이르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에서 발휘된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여의나루역까지 포진해 있는 이들 단지는 여의도를 단순한 업무지구가 아닌 특급 주거지로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듯반듯한 지형에 한데 모여 있는 아파트는 소규모 신도시를 연상시킬 정도.



이렇듯 특수한 구성 덕분에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가격도 높고 상승률도 높다는 정설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여의도 내 대단지 아파트는 1,584가구의 시범아파트, 866가구의 삼부아파트뿐. 그나마 광장아파트가 744가구, 한양·미성아파트가 각각 588가구와 577가구로 중형단지로 꼽히며 그 외 아파트는 모두 300가구를 전후로 한 작은 규모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단지가 평당 2,00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이들 아파트들은 이름은 다르지만 하나의 단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여의도 S공인 관계자는 “평형에 따라 찾는 아파트가 다르기는 하지만 워낙 입지가 비슷하고 지어진 시기도 비슷해 굳이 단지를 구분 짓지 않는다”며 “이곳 아파트들은 ‘여의도 아파트’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통용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직주근접 더불어 뛰어난 교통망, 멀리서도 유입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뒤섞인 여의도는 직주근접 실현은 여느 지역보다 뛰어나다. 대부분 지역에서 강남권, 도심권, 여의도권 등으로 출·퇴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여의도에 사는 사람은 집 앞이 바로 직장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은행, 증권회사, 방송관련 업체를 제외하고도 LG그룹, 한국휴렛팩커드, 한국쓰리엠 등의 본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출·퇴근하기 쉽다는 이유로 인근 방송국이나 각종 기업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하지만 지금 집을 가지고 있는 여의도 직장인들 역시 이곳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매물 부족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고급 화이트칼라들이 입주해 부촌 커뮤니티를 이루는 게 이 지역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매물 품귀 현상과 부촌 커뮤니티 형성은 여의도 외 지역에 생활 터전을 가진 화이트칼라 계층까지 모여들며 더 심해지고 있다. 한강 다소 아래쪽에 위치해 있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어느 곳과도 연결이 쉬운 덕분이다. 실제 서강대교를 통해서는 신촌, 마포대교를 건너면 마포, 원효대교로는 용산으로 진입이 바로 가능하다. 즉 신촌, 마포, 용산 등에 직장이 있더라도 여의도에 집을 얻는 게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올림픽대교와 강변북로와의 접근성도 뛰어나 강남·광진·강서 등 서울을 비롯해 구리, 인천, 일산 등 수도권 어느 곳과도 쉽게 연결된다. 김포공항 및 인천국제공항과의 빠른 연결도 장점. 서울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모 씨는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외국으로 출장 가는 일이 잦아 여의도에 터를 잡았다”며 “인천으로 가는 것도, 공항으로 가는 것도 모두 편하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한데,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2개가 지나고 있으며 국철 대방역도 걸어서 10분이면 이용 가능하다. 또 여의도환승센터를 경유하는 버스만도 수십 개에 달하는 상황. 200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9호선도 한창 공사 중에 있어 명실상부한 교통의 요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거 쾌적성 탁월, 편의시설은 ‘글쎄’



서울 한 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한강,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여의도. 주위가 온통 한강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서울, 목화, 시범아파트에서는 그 어디보다 시원스레 흐르는 한강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강 조망이 안 되더라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어느 단지에서든 10분이면 한강시민공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이 서울 한 가운데를 가로질렀듯 여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여의도공원 역시 자랑거리. 22만 평 규모의 여의도공원은 이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며 한강과 더불어 이 지역 주거쾌적성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산 하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한강, 여의도공원 모두 쾌적함을 제공하지만 산에 비해 인위적인 느낌”이라며 “산만 있었더라도 대한민국 최고의 주거지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 역시 여의도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파트촌을 이루고 있는 만큼 웬만한 것들은 단지상가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쇼핑, 외식 등은 마땅치 않아 외부로 나가야 하는 게 사실.



그나마 여의도초·중·고, 여의도여고, 윤중초·중의 교육시설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성당 등의 종교시설만 잘 갖춘 실정이다. D공인 중개업자는 “교회 때문에 이사 오는 사람도 많고, 더러 교육 문제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여의도에 대해 만족해 하면서도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주상복합을 제외하고 대부분 70년대 지어진 낡은 아파트라 녹물,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낮에도 가득 차 있는 주차장은 보기만 해도 답답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의도 아파트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재건축’이라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자들은 “많은 가구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해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데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형국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 재건축 진행을 안 하는 것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성의 문제가 남기는 하지만 일대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변신을 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또 연일 발표되는 개발 계획도 여의도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옛 중소기업전시장에는 서울 국제금융센터, 통일 주차장 부지에는 파크원, 한국HP빌딩 옆 SK주유소 부지에도 최첨단 빌딩인 S-트레뉴 등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 이에 D공인 관계자는 “국제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는데 여의도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며 “일부 단지의 상업지구 내 재건축과 맞물려 한동안 개발 몸살을 앓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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