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여의도 서울, 편법 재건축 논란
[부동산뱅크 2005/11/10 - 조회:16,136]
“삼성동 아이파크를 넘어서는 최고급 명품 아파트로 새롭게 태어나겠다” 지난 6월 15일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진행 중인 여의도 서울아파트 주민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폭 2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곧바로 한강과 마주하는 명당에 자리한 만큼 국내 최고 아파트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주장이다.
지난 1976년 입주한 서울아파트는 약 5,000여 평 부지에 총 192가구, 2개 동이 들어선 소형 단지이다. 하지만 50평형과 69평형 등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고급 주거지로 꼽히고 있다. 확 트인 한강 조망이 가능한데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는 걸어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으로 여의도 내 아파트 중 최고 입지라는 평이다.
뛰어난 입지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서울아파트가 요즘 재건축 문제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의한 재건축이 아닌 주택 멸실 후 건축법에 따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재건축 형태를 띠면서도 사실상 신축에 해당돼 재건축을 할 때 따라붙는 각종 규제와 절차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의 계획은 이렇다. 신축사업 개발 방식은 우선 ‘서울아파트 신축 건물 추진단(가칭)’이라는 기타 단체 등록 후, 교부 받은 사업자등록증을 통해 토지신탁을 한다. 그런 다음 건물 멸실 신고를 해 토지를 나대지 상태로 만들고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즉, 까다로운 재건축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주민이 조합원이 아닌 각각의 사업주체가 되기 때문에 100%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새로운 재건축 방식이 알려지면서 높은 사업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인근 A공인 이 대표는 “평소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되는 이 아파트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이번 보도 이후 하루에 5통 이상의 투자 상담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격이 높고 매물도 없어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귀띔이다.
실제 재건축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월 이후 아파트 가격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3~4억 원 가량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50평형 17억 원, 69평형은 23억 원에 호가가 형성된 상태다. 이미 한 차례 가격이 크게 치솟은 탓에 더 이상의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 붙은 현상황에서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매입 희망자의 요청에 따라 50평형을 17억 원 아래로 협상해 봤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팔지 않겠다는 매도자의 완강한 태도에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호가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개발 진행 사항이 있는지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결론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로 아직 개발에 대한 청사진밖에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아파트에는 재건축협의회(이하 협의회)와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추위)가 활동 중에 있다. 먼저 세워진 것은 재건축협의회. 지금은 신축으로 결정된 재건축 사업의 초기 협의를 위해 2004년 12월 만들어졌다. 협의회는 6월 15일 주민총회를 통해 주상복합을 신축하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H건축설계사무소의 Y자형 설계와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을 인정했다.
협의회의 총회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기에 H건축설계사무소와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발족한 것이 정추위이다. 박종호 정추위 의원은 “지난 6월 총회에서 마련된 관리규약은 전체 192가구 중 124가구가 참석한 가운데, 76가구가 찬성한 것”이라며 “주민들 재산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관리규약은 출석한 과반수 이상 주민 중 과반수 이상 찬성이 아니라, 과반수 이상 참석한 가운데 전체 가구수의 과반수인 96가구 이상이 찬성을 해야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관리규약에 의해 시공사가 선정됐으므로 재선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현대산업개발은 우선대상협상자로 아직 시공사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취지의 벽보를 붙인 상태다. 일단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축심의동의서는 제출하되, 시공사 문제는 추후 다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추위가 제기한 문제점을 속 시원히 밝혀줄 협의회는 벽보를 통한 의견만 게재한 채 외부와는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이러한 협의회와 정추위의 싸움에 현대산업개발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모 건설사와 정당한 경쟁을 벌였으며 우리가 좀 더 유리한 사업제안서를 제시, 총회에서 106가구의 찬성표를 받아 시공사로 선정이 됐다”며 “100% 주민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므로 충분히 설명한 후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협의회와 정추위, 시공사 간 합의가 모두 이뤄진다고 이 사업의 시행 여부가 정확히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시도되는 재건축 아파트의 주상복합 신축이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서울시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서울시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건축과 관계자는 “서울아파트는 일반상업지역에 지어졌기 때문에 아파트를 헐고 주상복합으로 짓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공동주택을 함부로 철거할 수 있느냐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철거는 행위허가 대상으로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가능한데 보통 노후불량 건물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즉, 재건축은 아니더라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지만 철거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철거를 하지 못한다면 신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애로 사항이 발생할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추위 측에서는 “우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며 철거도 큰 문제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에서는 “특별한 방식의 사업인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허가권자와 해결할 일이 있으면 필요한 서류를 갖춰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건축심의를 위한 동의가 마무리 되는대로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2010년 60층짜리 2개동 29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69평형, 75평형, 90평형 총 3개 평형으로 설계되며 아파트 입주민분 192가구를 제외한 107가구는 내년 하반기 이후 분양될 계획이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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