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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입니다) 최근들어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 여자 승무원과 50대 여성이 잇따라 납치,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분당 아줌마들 사이에는 '밤길 조심하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인기 여배우인 고 이은주씨가 자신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자살했고, 이후 분당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는 소식까지 들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아니면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당의 집값은 이런 끔찍한 사건들에는 아랑곳없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요즘같으면 정말 '천당 위에 분당'이란 말이 그대로 맞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분당 집값은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면서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정부의 2.17대책에도 끄떡없는 모습입니다.
분당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사겠다고 달려드는 매수자들은 여전히 많다.
다만,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겁이 난다. 좀 싼 매물이 있으면 사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데, 집값은 오르는 형국입니다.
물론, 범죄율은 집값을 좌우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가운데 하나(one of them)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분당 집값을 범죄율과 연관짓는 게 다소 무리, 내지는 전혀 엉뚱한 발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앞선 말한 것처럼 범죄율이 낮은 지역일 수록 집값이 높을 것이란 게 상식입니다.
범죄가 적으면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이는 그만큼 주거의 질이 높기 때문에 집값이 비싼 게 당연하다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 둘 점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제가 정말 심각한 연구를 통해서 도출한 결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는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다음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서울에서는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지역에서 살인 강도 강간 등 3대 강력범죄가 빈발했고 도봉 용산 동작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1∼7월 서울에서 발생한 3대 강력범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사람이 몰리고 유흥가가 많은 지역에서 범죄가 빈번할 것’이라는 통념이 이번 분석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또 흥미로운 점은 유흥지역보다는 지역경제수준이 강력범죄와 더 큰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 강력범죄 양상 = 서울의 강력범죄 발생분포는 상업지역에서 빈도가 높고 주변의 주거지역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구조를 이룬다. ‘상업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강력범죄 발생률 역시 높을 것’이라는 상식을 뒷받침하는 것.

실제 분석대상 기간 중 강남구에서는 살인 6건, 강도 64건, 강간 56건 등 모두 126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또 서초구에서는 113건(살인 1건, 강도 70건, 강간 42건), 송파구에서는 88건(살인 3건, 강도 39건, 강간 46건)이 발생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일대는 대규모 사무실과 쇼핑센터, 유흥주점 등이 밀집한 데다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강남구의 하루 유동인구는 약 360여만명으로 도봉구의 135만명에 비해 약 3배에 이른다.

반면 아파트 및 주택가가 밀집한 도봉 노원 용산 성동구는 10만명당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강남 서초구의 절반 이하 수준에 그쳤다. 서울에서 범죄가 가장 적게 발생한 지역은 도봉구(총 32건)였으며 이어 용산구 41건, 동작구 46건의 순이었다.(출처:동아일보, 2004년9월30일자, '7대 도시 범죄지도' 기사 중에서)

기사내용을 굳이 다시 정리하자면, 서울에서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빅3' 지역입니다.
2003년도 통계치를 인용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일부분만 간단하게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간 경제수준에 따른 범죄율과 범죄유형의 차이도 확연했다. 지역내 재산세 총액을 기준으로 상위 5개 지역과 하위 5개 지역의 10만명당 총범죄율을 비교한 결과 강남·서초·송파·동부·수서 등 상위 지역 범죄율이 은평·종암·서부·중랑·노원 등 하위 지역보다 32%나 높았다.서울 전체 평균과 비교할 때 상위지역은 12%가 높고 하위지역은 15% 낮은 수치다. 하지만 강력범죄 중에서도 강도와 강간범죄율은 상위 지역이 하위지역보다 각각 88%,37%씩 높았다.강도범죄율은 가장 높은 서초서와 가장 낮은 노원서 사이의 편차가 무려 7배에 달했다.(출처: 서울신문, 200 4년 5월24일자)

자, 그럼 여기서 집값과 관련한 통계를 하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국민은행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 자료입니다.
3월30일 기준으로 서울의 구별 평당 매매가는 강남구가 2239만원, 송파구가 1973만원, 서초구가 1875만원으로 각각 1~3위를 차지했습니다.
거꾸로, 도봉구가 638만원, 노원구가 654만원, 중랑구가 671만원으로 각각 밑에서부터 1~3위를 차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두 기사의 내용, 즉, 범죄발생율과 평당 매매가는 거의 정확하게 상,하위 순위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일단, 제 개인적으로 두 가지 추론을 해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은 대부분 상업지역이 많아서 유흥시설이 상대적으로 밀집해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범죄 발생률도 높은 것 아니겠는냐는 것입니다.
둘째는 다른 이유보다 이 동네에 잘 사는 부유층이 집중돼 있으니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것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근본적으로 이 분석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값은 무엇에 좌우되느냐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의 그 유발원인과 비슷하다는 데 있습니다. 즉, 사람이 많이 끓고, 돈이 흐르는 지역입니다.(물론, 이런 요인 외에도 집값 결정 요인은 더 있겠습니다만).
이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말씀드린다면, 가장 살기좋은 곳이 반드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이 아니라는 의미도 됩니다.
예컨대, 강남, 그 중에서도 타워팰리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지만, 살기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살기좋다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자매지이자 월가를 움직이는 투자전문지인 <배런스(Barron’s)>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한 7개의 도시에는 미국의 주피터(Jupiter)와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 캐나다의 밴쿠버(Vancouver), 모나코의 몬테카를로(Monte-Carlo),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Mallorca Island),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의 후쿠오카(Fukuoka)가 포함되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들 7대 도시가 가장 집값이 비싸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 도시의 공통된 특징은 다른 도시 혹은 다른 국가로의 이동이 편리하고, 범죄율과 물가가 비교적 낮으며, 쾌적한 날씨와 다양한 레저·문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등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타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외국의 각종 연구에서는 범죄율이 낮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비싸다)는 결과가 많이 나왔습니다.
런던정경스쿨(LSE)의 경제학자인 스티브 기본스 박사가 1999년~2001년까지 런던의 범죄율과 집값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런던의 주택구입자들은 범죄율이 평균치보다 10% 낮은 지역에서는 집값을 1.7% 더 내더라도 집을 사겠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범죄의 유형과 관련해 폭력이나 낙서는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밤도둑질(절도)은 별 영향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기본스 박사는 "폭력이나 낙서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주택 구매자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크게 끼치는 반면, 절도는 보이지 않는 것이란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모기지금융회사인 페니매에 실린 보고서중에는 1994년 이후 뉴욕의 집값 급등을 초래한 이유가 범죄율의 감소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뉴욕대의 슈와르츠교수 등이 낸 보고서인데, 뉴욕 집값이 1994~1998년까지 17.5% 올랐는데, 여기에 범죄율 감소가 6% 포인트의 기여를 했다는 게 골자입니다.

우리나라의 범죄율은 미국,영국,일본보다 상당히 낮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집값의 절대 수준 역시 이들 나라보다 낮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범죄율이 높아질 수록 집값이 더 오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부분입니다.